'언론사 세무조사 남북 합작' 주장 근거 있나
"남북관계 경색국면…협조설 신빙성 없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색깔론 공세가 강도를 더 하고 있다.
홍사덕 의원의 지난달 말 TV토론회 발언을 계기로 “언론 세무조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용”이라고 포문을 연 이후 지난 8일에는 권철현 대변인이 기자간담회에서 “남·북한 정권 합작에 따른 언론탄압”이라고 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대부분 언론은 이런 한나라당쪽 주장을 내용과 형식에 차이가 있지만 9일치 정치면 또는 종합면에서 비중 있게 취급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통일부 출입기자나 북한전문기자들은 한나라당의 ‘답방 정지용’이나 ‘남북당국 합작’ 주장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신빙성이 없다는 얘기다.
“만일 남북 정부 관계가 김위원장의 답방을 위해 합작해서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려고 세무조사를 할 정도로 가까웠다면,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답방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이후 냉각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작으로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한나라당이 이날 ‘언론세무조사 남북 합작설’의 정황근거로 10가지 사례를 제시하면서 “평양방송이 지난해 ‘통일에 역행하는 모략지는 마땅히 길들여야 한다’고 했다”며 “언론 세무조사는 북한이 길들여달라고 부탁한 것 아니냐”고 밝힌 대목도 설득력이 약하다.
문제의 ‘통일에 역행하는 모략지는 마땅히 길을 들여야 한다’는 평양방송 논평은 지난해 6월 30일 조선일보 기자들이 북한에서 열리는 적십자회담 취재를 위한 자사 기자 입국을 거부당하자 ‘북한당국의 언론 길들이기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길들이기’란 표현은 조선일보 기자들의 결의문에서 먼저 사용됐다.
또 북한의 남한 언론사 ‘폭파’ 경고도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97년 8월 조선일보의 ‘김정일 퇴진’ 사설과 관련해 조선일보사를 폭파하고 기자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엔 KBS의 연속극 ‘진달래꽃 필때까지’ 제작과 관련해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또 지난 2일자 성명에선 “현 정권은 정권 초기부터 언론공작을 기획했다”며 ‘북한협조설’과 시기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통일연구원의 이우영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6·15회담 당시 언론 보도를 볼 때 김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사전 정지가 필요할 정도로 언론의 태도가 문제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의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놓인 점을 볼 때 협조설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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