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긴급진단, 미래방송 이제는 길을 찾자' 토론회에서 사회자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마이크 쥔 사람)가 발언하고 있다. | ||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긴급진단: 미래방송(지상파방송), 이제는 길을 찾자’ 토론회에서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최근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 논의가 소홀해졌다”며 “디지털 전환시기가 가까워진 만큼 제도적ㆍ정책적 문제를 논의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법적 문제점으로 △아날로그 수상기에 대한 재산권 침해 △기존 700HMz대의 주파수대역 처리 문제 △방통위의 단계적 디지털화 법령위반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아날로그 방송수신기 및 지역 케이블 수상기는 무용지물이 된다”며 “이는 아날로그 TV 소유자인 국민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 23조에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고, 공공필요에 의해 제한이 되면 그에 따라 보상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하지만 방통위는 저소득층 등 일부만을 대상으로 디지털 컨버터를 교체해주며 마치 큰 혜택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이 사용하던 700MHz 대역의 주파수를 통신사의 통신용으로 경매하려한다는 점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주파수 대역을 향후 방송의 미래 발전에 쓰지 않고 매각 처분한다는 것은 방송의 의미를 모르는 정책적 결정”이라며 “주파수 매각은 방통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법은 디지털 방송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현재 각 지역마다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방통위에서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헌법적 명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업 방송 종사자들은 채널 재배치와 다채널방송 허용, 차세대방송 전환 문제를 주목했다. 정화섭 DTV 코리아 사무총장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정부는 내년 10월말까지 채널을 재배치하기로 했는데, 노약자 및 농어촌ㆍ산간 오지 거주자들은 채널재설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채널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TV 시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채널 재배치와 관련된 홍보와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칠성 KBS 기술전략국장도 “시청자들이 무료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다채널방송 도입 정책이 수립되어야한다”며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해소와 차세대방송 전환을 위해 여유주파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700MHz 대역에 대한 주파수 정책은 디지털 전환 및 채널재배치가 완료되고 지상파의 차세대방송전환 정책이 수립된 이후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는 방통위의 정책 비판과 함께 방송사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난시청지역은 다르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남아 있는 난시청지역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며 “소외된 시청자 없이 제대로 된 무료 보편적 시청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방송사와 방통위가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도 “디지털 전환 사업이 현장의 실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은 10%도 되지 않는 직접수신 가구 중심의 소극적 정책을 펴고 있는 방통위와 전환과정에서 지역별ㆍ난시청 유형별 직접수신환경 구축을 소홀히 한 지상파방송사에 있다”고 말했다.
학계를 대표해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정책에 대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수도권 밖의 각 지역도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공익적인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시청자 복지’ 구현과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디지털 활성화’라는 미래 비전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방송이 길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며 “정책 당국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 이런 입장들이 디지털 전환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강진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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