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하반기 비상경영…'태풍' 몰아치나
6~7월 광고매출 감소폭 증가…원가절감·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
유럽발 금융위기 ‘태풍’이 언론사에도 덮치는 모양새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판매 등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다각화돼 있는 3대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언론사들은 직간접적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언론사들이 하반기 광고시장의 불투명성에 대비해 최근 원가 절감, 구조조정, 위기전담 부서 신설 등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21일 경영설명회를 열고 비상경영계획안을 발표했다. 한겨레는 6~7월 광고매출목표 대비 10~13%가 미달하는 등 매출상황이 어려워지자 비상경영계획을 꺼내들었다.
한겨레는 비상경영을 관리할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한편 비상경영의 기준으로 △최대한의 비용절감과 매출방어 △결원으로 인한 신규채용 중단 △핵심지표인 광고매출의 하락 폭에 따라서 단계별로 비용 및 사업조정 시행 등을 확정지었다. 단계별로 10억원(1단계), 20억원(2단계), 30억원(3단계)으로 누적광고매출액이 미달할 경우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8월 광고매출 상황이 집계돼야 하겠지만 현재는 1단계로 돌입하기 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현재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도 답보상태다.
서울신문 역시 하반기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나 경제계 안팎에서 쏟아내는 것보다 훨씬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경제부처 출신 이철휘 사장과 금융계 출신 안용수 전무가 취임한 뒤 회사의 재정상황을 검토 중이다.
서울은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버스와 지하철 등 옥외광고 사업이 경기에 더욱 민감한 만큼 수익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신문 한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은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소규모 자회사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다양한 성격의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을 다시 신문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일신문은 하반기 경영상황 악화를 우려하고 매출 및 지출 발생 내역을 상반기에 미리 집행하며 대비했다. 연말 상여금 지급을 앞당겨서 지난 6월에 지급했고 교통비 등 지출요소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내일신문의 한 관계자는 “세계경제흐름을 보면 하반기에 그냥 넘어가기 어려워 올해 초부터 어려워질 것이라 보고 기사도 그렇게 예측해왔다”며 “길게는 3~4년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신문사들 역시 경기침체에 공감을 하면서 장기화된 신문의 침체에 따라 비용감소 요인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조선일보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며 아직 급격한 감소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당분간은 계속 어렵다고 보고 경비를 절감하는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한 관계자는 “광고시장이 정말 최악”이라며 “인쇄품질 개선 등 다방면으로 경영합리화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BS도 하반기 광고시장 침체에 대비해 위기관리체제에 들어갔다. 연차휴가 소진, 불요불급한 지출 억제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긴축경영 대책을 내놓는 한편 전사적인 협조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력 광고주인 대기업들의 동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25개 그룹을 대상으로 ‘주요그룹 위기체감도 및 대응현황’을 조사한 결과 위기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그룹이 16곳으로 조사됐다. 7곳도 위기경영체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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