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TV에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이 사라지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23일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처분취소 청구소송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이 방통위 제재의 근거가 된 방송법 100조 1항1호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 대 1(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명하지 못한다. 단, 주의나 경고 등 다른 제재는 기존처럼 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09년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 후’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종합편성채널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를 집중 편성한 데 대해 “객관적으로 보도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시청자에 대해 사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MBC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서울행정법원은 직권으로 사과명령의 근거조항인 방송법 100조 1항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 MBC '뉴스 후'가 지난 2008년 방송한 미디어법 보도 (사진=MBC) | ||
헌재는 “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로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려 한다면 ‘주의 또는 경고’ 조처를 내리거나 이런 조처를 방송하게 하는 등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뉴스 후’에서 미디어법 보도를 했던 최형문 기자는 “당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은 방통위의 판단이 아닌 법률의 심판을 직접 받아보겠다는 취지였다”며 “미디어법이 국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밀어붙이기로 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한 것인데 ‘왜 미디어법을 소재로 삼았냐’며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청자 사과명령은 제재수단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은 것으로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요인으로 작용한다. 최 기자는 “방통위는 이런 제재 수단을 통해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려했고 이런 논리는 경영진을 통해서 현장까지 전파되면서 기자와 PD들이 소재에서부터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었다”며 “헌재의 이번 결정은 언론인들의 보도 자유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방통위가 ‘시청자 사과명령’ 제재 수단을 보완할 조치를 취하는데 대해 최 기자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과거 잘못된 제재에 대한 반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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