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참가자에 '이상한 교육'

'내가 만든 브런치' '돈스파이크 강연' 등 업무 무관 교육



   
 
  ▲ MBC가 지난 17일 보도영상부문 해체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하자 MBC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 기자들이 삭발투쟁 시위를 벌이고 있다. (MBC 영상기자회 제공)  
 
보도영상부문 해체 등 조직개편도…노조 “보복성 조치” 반발


MBC가 파업에 참가해 인사 최저 R등급을 받은 20명에게 요리 교육 등을 실시하고, 카메라기자들이 속한 보도영상부문을 갑작스레 해체해 내부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노조는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조치”라고 비판했다.

MBC는 지난 7일 2012년도 상반기 업적평가를 통해 170일 동안의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770명 전원에게 최하 등급인 R등급을 줬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정직 1개월의 징계가 풀린 4명과 1차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16명 등 노조원 20명을 대상으로 20일부터 3개월 과정으로 서울 잠실의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대상자는 직종별로 기자 9명, 카메라 기자 2명, 아나운서 2명, 카메라 감독 1명, 시사교양 PD 4명, 라디오 PD 2명이며, 연차별로 입사 30년 이상 1명, 입사 20년 이상 5명, 입사 10년에서 20년차가 10명이다.

MBC 보도 부문의 최고참 기자로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우호 전 논설주간을 비롯해 앵커 출신인 김연국, 왕종명, 김수진 기자, 임대근 전 방송기자연합회장, 김완태, 박경추 아나운서, MBC PD협회장인 이정식 PD 등이 교육 대상자에 포함됐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교육 커리큘럼에는 요리 강좌인 ‘내가 만드는 브런치’, 음악 강좌인 작곡가 돈스파이크 강연, 서울대 박동규 명예교수의 시 강연 등 방송 업무와는 무관한 교양강좌 수준의 내용이 포함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파업 당시에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대기발령을 주더니 징벌이 끝나자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멀쩡한 사람들을 현업에 배제시켰다”며 “노조 활동에 가담한 사람들을 어떤 형태로든 끝까지 보복하고 응징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R고과를 받게 되면 교육연수를 실시할 수 있다는 사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서도 ‘보복성 조치’라는 지적에는 “딱히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MBC는 카메라기자들이 속한 보도영상 부문 해체를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MBC는 지난 17일 영상취재1부·2부, 시사영상부 등이 속한 보도영상 부문에 속해 있던 카메라기자들은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등 10여 개 부서로 흩어지게 됐다.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은 “전략기획부에서 발표 전날 전화 한 통을 받고 급하게 조직개편안을 만들어 보도영상부문을 해체했다”며 “해당 부서와 협의도 없는, 뉴스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소한의 리서치도 없는 보복성 조직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취재기자들과 카메라기자들이 별도 부서로 돼 있다 보니 필요시 요청하면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라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며 “카메라기자들을 취재 부서로 전진 배치해 업무효율을 더 강화하려는 조처”라고 반박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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