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시청료를 받으러 다니던 시절, 징수원들은 갖가지 항의에 시달렸다. 전파가 안 잡힌다는 둥 뉴스가 편파적이라는 둥 프로그램이 재미 없다는 둥 항의도 다양했다. 아예 납땜으로 채널을 다른 방송에 고정시켜두고 돈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집도 있었다. 그 시절 징수율은 45%대를 밑돌았다.
가정방문 징수과정에 문제가 있자 83년 정부는 KBS, 한전 등 6개 공과금을 통합했다. 이것이 수신료, 전기료의 병과징수로 제도화된 것은 94년. 이때부터 '시청료'는 '수신료'로 바뀌었다. 징수율은 90%를 웃돌게 됐으며 지난해부터는 총수입의 52.2%로 광고수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난시청지역 주민들의 항의도 차츰 줄었다. 중계유선이 일반화되면서 유선료와 수신료를 별도로 내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물론 일부 시민단체들과 언론학자들은 KBS 프로그램이 물의를 일으키거나 수신료 인상 논의가 나올 때마다 '통합징수는 위헌 여지가 있다'거나 징수 거부를 주장하곤 했다. 정부나 광고주처럼 KBS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최후의 무기였다.
이젠 그런 '협박'도 통하지 않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한 시민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에게 매월 2500원의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단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된 수신료를 입법권자인 국회가 아닌 KBS 이사회가 결정토록 한 것은 법률 유보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민이 국회를 통해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손한 의문은 일단 차치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공영적 재정기반의 근거를 확보한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KBS가 혹시 국회 눈치 보느라 진짜 주인, 국민을 전보다 더 업수이 여기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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