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이제 언론사주와 분명한 선을 긋자
국세청이 6개 신문사를 조세범처벌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세 곳은 법인과 함께 사주들도 고발당했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지만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고발사태에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우리가 종사하는 이 나라 언론계는 정말 구제불능의 ‘부도덕한 집단’ 인가? 검찰이 스스로의 선언대로 이른바 언론사 세무비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일부 언론사주들의 개인 비리에 대해서는 그러나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것이 법치주의와 조세정의의 실현이라는 대명제를 떠나 언론의 정도일 뿐더러 우리 언론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비리 사주를 감싸는 것이 언론의 본령과 상충할 개연성은 이번 검찰 고발을 앞두고 사주의 ‘구명’을 위해 일부 언론사들이 벌였다는 로비 행각에서 잘 드러난다. 국세청의 고위관계자는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사주 구속이 불가피한 일부 언론사의 경우 간부들이 사주만 고발 대상에서 제외해 주면 그동안의 비판적인 논조의 변경은 물론 편집국 간부도 교체할 수 있다고 흥정을 해오더라”고 밝혔다. 사주를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언론의 사명을 포기하고 권력에 굴종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언론기업의 종업원이기 이전에 언론인으로서 배임이요 자기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고발 내용을 보면 취재부서에서 조사자료비를 청구한 것처럼 꾸며 5년 동안 빼돌린 거액의 회사돈을 사적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은 사주도 있다. 횡령은 악덕기업주나 할 일이다. 세무조사 등을 통해 권력이 의도한 것이 비판 언론의 압살이요 언론 자유 빼앗기라는 일부 동료 언론인들의 지적에 우리는 수긍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집권당까지 나서 일부 신문을 ‘독재권력’‘부패세력’이라고 매도함으로써 일선 기자들의 명예까지 짓밟은 데 대해서는 유감이다. 지금 이 순간도 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기업의 부당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이들은 현장을 누비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이 지점에서 언론개혁의 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 언론매체가 추구해야 할 지상의 가치는 독립성이다. 언론은 언론 외부의 정치권력과 광고를 매개로 한 기업들,집단의 힘을 앞세운 압력단체들 나아가 때로는, 심지어수용자들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이번 세무조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매체들은 언론 내부의 절대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언론권력의 화신처럼 행세해 온 일부 언론사주들과 이제 단절할 때가 됐다. 편집권 독립은 언론사주로부터의 독립 없이는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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