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성공을 위한 두가지 조건
[스페셜리스트│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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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정수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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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연말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5년 뒤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고 비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총선 이전만 해도 바짝 긴장해던 재벌들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 뒤 한숨 돌리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서는 ‘중도강화론’으로 헛발질의 연속이다. 총선 이전에는 목소리를 낮추던 재벌 이해단체인 전경련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경제민주화의 근거가 되는 헌법 119조2항의 폐지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역행이 국민들 삶에 어떤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생생히 보여주었다. ‘친재벌’을 ‘친기업’으로 위장한 ‘MB노믹스’는 출발 전부터 예고된 재앙이었다. 국민의 다수는 노무현의 실정에서 자신들을 구해줄 백기사를 기대하며 MB를 선택했다. 결과는 국민들이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새누리당의 전신이 재벌당이지만 총선공약을 완전히 잊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앞세운 ‘근혜노믹스’는 ‘MB노믹스’와 실상 큰 차이가 없다. 맞춤형 복지는 양극화의 근원이 되는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을 그대로 둔 채 그로 인해 소외된 사회계층에 시혜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장과 복지는 별개가 아니다. 성장과정에서 양극화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복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경제민주화를 5년 뒤로 미루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앞으로 겪을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 끔찍하다. 경제민주화는 꼭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을 제대로 할 사람이 집권해야 한다. 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개혁의 내용이다. 이제 재벌 비판을 넘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민주화는 파괴가 아니라 창조다. 대안이 없으면 구체제를 부술 수는 있지만 새 체체를 구축할 수는 없다. 최근 들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경제민주화론자들 간의 재벌개혁 논쟁도 대안찾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양쪽 간에는 신자유주의, 재벌개혁, 정부역할 등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논쟁이 감정싸움의 양상을 보인다고 우려한다. 논쟁이 생산적인 결과를 낳으려면 생각이 다른 것과 함께 같은 것의 확인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양쪽의 협업을 통해 대안이 도출된다면 경제민주화 세력의 대중적 지지 확대에 획기적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두 번째는 개혁의 주체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혁연대를 통한 지지세력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19대 총선에서 야권연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이뤄졌다. 진보당이 비례대표 선출부정으로 흔들리지만 개혁연대를 포기해선 안된다. 개혁연대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대안세력도 포용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대선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새로운 세력이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일각의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새 정치를 막으려는 기득권 정치세력의 논리일 뿐이다. 시민단체 출신의 야당 초선의원은 “새 정치를 위해 민주당에 합류한 시민사회세력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정치인들이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시민단체들이 정치에 뛰어들었겠는가. 이는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도움을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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