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이정호 편집국장 재징계 착수

사문화된 사규 적용 논란…노조 "정수장학회 신문 장악 음모"


   
 
  ▲ 신문의 날을 맞아 지난 6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언론 사유화 저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부산일보의 독립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제공)  
 
부산일보 사측이 이정호 편집국장을 재징계하기 위해 단협상의 ‘징계위원회’가 아닌 사문화된 규정인 사규상의 ‘포상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나와 노조로부터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 노사에 따르면 포상징계위는 부산일보 노사가 단협을 체결한 1988년 이후 징계에 적용된 적이 없다.

부산일보에서는 그동안 사원에 대한 징계는 노사가 참여하는 단협상의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해왔다. 지난해 11월30일 이 국장에 대한 첫 징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징계처분은 이 국장이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효력을 상실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의 동의 없이 징계규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개정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징계위원회를 통한 징계가 불가능해지자 사측이 찾은 것이 사규상의 포상징계위 규정이다. 이 국장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포상징계위 규정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포상징계위는 노조를 배제한 채 임원과 국·실장만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사측의 의도를 관철하기 쉽다. 사측 한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원이 아닌 간부급에 대한 징계도 단협에 따른 것은 관례일 뿐이었다”며 “이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일보 노조는 그동안 노조원이든, 비노조원이든 단협상의 징계위를 거쳤고 이것이 ‘노사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이 국장의 포상징계위 회부를 단협 위반으로 보고 있다. 법률적으로도 장기간 노사관행화된 근로조건의 변경은 노조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인정된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사문화된 규정까지 억지로 끄집어내 편집국장을 징계하는 것은 어떤 정당성과 합리성도 없다”며 “어떻게든 편집국장을 몰아내고 편집국을 흔들기 위한 술수”라고 말했다.

사측은 포상징계위 첫 회의를 18일 오전 소집한다. 이 국장에 대한 징계사유는 지난해 첫 징계에서 적용된 상사 명령불복종 및 업무지시 불이행에 논조의 편향성, 이명관 사장 폄훼, 신문법 위반 등이 새로 추가됐다. 사측 한 관계자는 “우리 신문이 야당에 너무 편향돼 있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부수 감면에 대한 부분도 징계사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신문법 위반은 지난 1월19일 임시주총에서 이 사장이 선임된 후 1주일 동안 부산일보에 발행인 이름이 공란으로 나간 부분이다.

징계사유와 관련해 노조는 사측이 기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편집권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직후 나온 것을 고려할 때 사측이 공세로 돌아서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명관 사장이 총선 전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났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 또한 정수장학회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기간 정치권 양 진영에서 제기되는 통상적인 불만 이상의 편향성 논란은 없었다”며 “정수장학회와 사측이 새누리당의 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부산일보 편집권을 장악하고 이를 대선까지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9일 사측의 각종 고소고발 및 징계 철회를 조건으로 사장 선임제에 대한 타협안을 마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사측의 이 국장 재징계 방침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총선기간 소강상태이던 부산일보 사태는 사측의 재징계 공세로 다시 대립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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