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보다 재미있는 '골목통신' 8년째 혼자서 '척척'

[시선집중 이 사람] 허철호 경남신문 편집부 부장대우


   
 
   
 
경남신문사에는 ‘사보’가 없다. 대신 더 재미있는 ‘골목통신’이 있어 사내 소식을 사원들에게 전한다. 타사 사보는 보통 회사가 만들지만 골목통신은 허철호 편집부 부장대우가 혼자 만든다. 그러다 보니 내용도, 편집도, 발행주기도 모두 허 부장 마음대로다. 회사가 임무를 맡긴 것도, 누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라 눈치 볼 것도 없다. 사내 소식이 쌓이고 마음 내키면 내는데 때가 되면 독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쳐 1년에 8~10회는 꼭 만든다.

혼자 만든다고 ‘찌라시’쯤으로 얕보면 안 된다. 취재부서와 편집부를 두루 거친 22년차 기자의 글발과 편집발에 유머까지 녹아 있어 읽기도 좋고 보기도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장은 한국편집기자협회에서 주는 ‘이달의 편집상’을 세 차례 받은 베테랑이다.

허 부장이 골목통신을 만든 것은 2004년 9월부터다. 1990년 입사 후 편집부 생활을 7년 정도 하다가 취재부서에서 8년을 일하고 다시 편집부로 돌아왔을 때다. 그는 “취재부와 편집부를 거쳤으니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던 때”라고 말했다. 벌써 7년6개월째니 어림잡아 50~60호는 만든 셈이다. 혼자 무작정 만들다 보니 처음엔 제호도 정하지 않았고, 호수와 발행일자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정확하게 몇 번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허 부장이 골목통신을 발행한 목적은 동료들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120명 정도 되는 경남신문사 사원들이 편집국은 편집국대로, 광고국은 광고국대로, 윤전부는 또 윤전부대로 따로 노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 건물에서 얼굴 부딪히고 살면서도 부서가 다르면 서로 이름도 모르더라. 그래서 동료들을 소개하고 칭찬하는 소식지를 만들고자 했다.” 이 취지대로 골목통신에서 지금도 가장 비중 있는 코너는 ‘아하 이 사람’이라는 사원 소개 기사다.

허 부장은 이 소식지를 신문 대장지(A3)에 2면으로 인쇄해 사내 각 부서 출입문 앞에 붙였다. 제호도 없던 시절이다. 이러다 보니 동료들이 ‘골목통신’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사내 구석구석에 붙고, 사내 소식을 샅샅이 전한다는 의미다.

골목통신도 해가 거듭되면서 틀이 잡혀가고 있다. 허 부장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다가 요즘에는 사진기자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사원들이 글도 써서 보내준다. 허 부장은 “혼자 시작한 골목통신이 경남신문사의 기록물이 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힘닿는 데까지 발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목통신’ 외에 허 부장은 특별한 일을 하나 더 한다. 바로 회사 주변 청소다. 석간인 신문을 발행하고 난 후 점심시간까지 20~30분 정도 혼자서 창원대로변에 위치한 사옥 주변을 청소한다. 이러기를 벌써 5년째다.

허 부장은 “취재차 들른 회사가 구질구질하면 취재원도 그렇게 보이고, 회사가 청결하면 취재원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며 “경남신문도 남들에게 그럴 것이기 때문에 청소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이 시키지 않는 일,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골라서 하는 허 부장이지만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허 부장의 사연을 취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전국의 기자를 소개하는 기자협회보의 이 코너가 골목통신과 같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강변에 결국 그가 입을 열었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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