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민영미디어렙 제정과 관련 지난 1월 규제개혁위가 요구한 보완자료를 만들기 위해 최근 외부 인사 4명에게 다시 시뮬레이션 작업을 의뢰했다. 이는 당시 문화부가 방송광고공사에 의뢰했던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해당사자가 만든 것으로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부는 예상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칙에서 벗어난 일 추진으로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광고공사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아 최근 학회가 추천한 경제학자, 광고학자, 광고 실무자 등 4명으로 팀을 다시 구성했다”며 “앞으로 적어도 3개월 이상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객관적 연구기관에서 만든 계량적 분석자료를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 제출하라”는 규개위의 요청이 있은 지 빨라야 7∼8개월이 지나서야 자료제출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물론 문화부의 고충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당초 문화부가 광고공사에 작업을 의뢰하게 된 것도 언론재단, 방송진흥원, 산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시뮬레이션 작업을 할 만한 기관들이 모두 언론사들 ‘눈치’를 보느라 작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이해당사자인 광고공사에 작업을 의뢰해 시간만 낭비하는 우를 범한 문화부도 문제지만, ‘언론사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간여해 괜히 밉보이고 싶지 않다’는 각 기관들의 보신주의도 문제다.
신문고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언론사간의 치열한 공방이 수면 밑으로 잠복한 가운데 미디어렙 문제로 다시 흙탕물 전쟁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문화부가 ‘장고 끝의 악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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