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의 지상파 소유 전면 재고해야"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토론회…SBS노조 "경영형태 개선"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 미디어렙 설립을 계기로 SBS 지주회사 체제 문제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특히 SBS미디어홀딩스가 지상파 SBS에서 창출된 이익을 계열회사로 옮기는 ‘터널링’ 수법을 통해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해법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언론·시민사회 일각에선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지상파 방송 소유를 금지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SBS 내부에선 현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경영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가 10일 국회에서 '지주회사 체체 SBS, 지상파방송서비스 가능할까'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전규찬 한예종 교수, 추혜선 언론연대 활동가, 이윤민 SBS노조 위원장.  
 
10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지주회사 체제 SBS, 지상파방송서비스 가능할까’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입장차가 드러났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SBS 지주회사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의 폐해가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 보도전문채널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윤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노사 합의로 이뤄진 만큼 현 체제를 부정하기 보다는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소유지분 제한, 강력한 재허가 조건 마련, 노조의 경영 참여 등의 안을 입법화 시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결론은 엇갈렸지만 문제 인식의 지점은 같았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 SBS 체제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던 당시의 취지와 방향성을 이탈한 지 오래됐다며 SBS미디어홀딩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SBS, 수익창출용 원자재 생산기지로 전락”

발제를 맡은 추혜선 활동가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SBS의 종속이 심화되고, 최대주주 태영의 SBS미디어홀딩스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3년간 SBS는 콘텐츠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그 콘텐츠를 이용한 수익 창출의 통로는 모두 SBS미디어홀딩스의 경영진들이 장악함으로써, 지주회사는 높은 수익을 내지만 SBS는 적자에 허덕이는 구조를 안착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SBS가 다른 자회사들의 수익창출용 원자재를 제공하는 생산기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 자회사가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만들고 다른 자회사가 높은 유통마진을 붙여 판매함으로써 이윤을 챙기는 전형적인 제조업의 생산·유통방식이 지주회사 체제에서 관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태영에 이어지는 수직구조는 사회적 감시가 허술한 틈을 노려 언제든지 빨대의 구조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빨대의 최종 종착지 입은 사주 윤씨 일가”라고 꼬집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1팀장은 SBS미디어홀딩스를 이동통신 사업자에 비유했다. 그는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수익의 원천을 가진 일반적인 지주회사와 달리 SBS미디어홀딩스는 이윤의 원천이 원 포인트(SBS)로 집중돼 있고 다른 곳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형적 형태의 지주회사”라며 “저렴한 비용을 들여 착취 구조를 만들어내고 유통과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동통신 사업자는 주파수를 경매해 돈이라도 내지만 SBS는 주파수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며 “이동통신 사업자와 똑같이 운영할 거라면 지상파 주파수를 무료로 할당받을 권리가 없다. 주파수 회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홀딩스 자사 렙 소유, SBS의 종속 경영 심화될 것”

이 같은 상황에서 SBS미디어홀딩스가 지난달 자회사 미디어렙을 설립, 광고 직거래에 뛰어들며 방송 광고 시장은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SBS홀딩스의 자사 렙 소유는 SBS의 경영 종속과 대주주로의 이윤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추혜선 활동가는 “자회사를 통한 콘텐츠의 유통을 통해 수익의 대부분을 챙기는 홀딩스로서는 자회사의 콘텐츠 유통에 유리한 편성전략을 SBS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은 소유에 한층 더 종속되며, 전문 책임경영체제가 정착되는 게 아니라 홀딩스의 입맛에 맞는 종속 경영의 구조화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홀딩스의 미디어렙은 자회사인 계열PP들과 전면적인 교차판매를 의미한다”며 “이를 통해 광고 수입이 늘어날 경우, 홀딩스는 계열PP의 광고몫 증가분에서 더 많은 배당을 받는 동시에 SBS 광고 증가분에서 더 많은 배당을 받아간다. 그 결과, 지역 민방에 연계판매와 전파료를 통해 배분될 몫은 SBS의 광고 몫 증가분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BS미디어홀딩스가 자사 렙 ‘미디어크리에이트’를 통해 SBS 광고뿐 아니라 케이블과 온라인 광고시장까지 넘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팀장은 “자본은 공적 규제가 약한 쪽으로 흘러가는 습성이 있다”며 “규제가 심한 지상파 광고 대신 케이블PP나 온라인 광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이종매체간 연계판매를 통한 수익을 내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SBS홀딩스의 자사 렙 설립은 언론·시민사회의 큰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시청자단체들은 ‘재허가 취소’ 운동까지 선언한 상태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도 “SBS가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공적 영역에 속해 있는데 공적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방기하는 상황이라면 국민적 행동이 나올 때가 됐다”며 “SBS 방송에 대한 시청 거부 운동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BS미디어홀딩스의 최근 행보는 MBC의 광고 직거래 추진을 자극하는 한편,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의 지주회사 전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일보 그룹은 최근 jTBC 출범에 즈음해 중앙미디어네트워크(JMnet)라는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추혜선 활동가는 “SBS 지주회사 체제가 보여준 사주이익의 극대화 구조를 족벌 언론체제인 조·중·동 방송이 모델로 삼으려 할 것”이라며 “이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지상파 소유 금지” VS. “현 체제 하 제도 개선 필요”

따라서 그는 “방송법 개정 등 지주회사 체제 전반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며 “민영방송의 참여자본의 성격에도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재허가 평가에 적용하고, 최근 제기된 SBS의 상장 폐지 방안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는 지상파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방송법 제8조 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는 “SBS 지주회사를 통해 폐해가 명백하게 드러났고, 똑같이 자본의 전횡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방송사에서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윤민 SBS노조 위원장은 “SBS 재허가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며 “구체성이 결여된, 공허하고 선언적인 논의”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지주회사 전환이 노사 합의로 이뤄졌으나 그동안 노사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예견하지 못했던 시스템 상의 문제가 중요한 걸림돌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홀딩스 체제와 소유구조의 제한을 받는 지상파의 충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시민사회와 학계, 법조, 노조로 구성된 TF가 결론을 내렸듯이, 금융지주회사법처럼 자회사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도 방송법으로 다 포괄해 규제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정상 위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방송법 개정안을 들며 “소유와 경영의 문제에 지주회사를 포함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 우선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며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있는데 SBS 사측 로비가 심하다”고 전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