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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민 전 MBC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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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공방 중계 등 10·26 선거보도 ‘최악’
언론이 신뢰 잃으면 어떤 파장 있을지 생각해야신경민 MBC 논설위원이 지난달 MBC에서 정년퇴직했다. 이미 지난해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MBC 기자생활을 사실상 마감했지만 이젠 공식적으로도 MBC를 떠난 것이다. 사측과 줄곧 ‘불편한 관계’였던 그는 “바쁘기도 하고, 가야 할 이유도 없어서” 회사에서 마련한 퇴임식에는 가지도 않았다.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그의 성격은 퇴직하는 순간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한 그는 최근 대학 강의와 각종 강연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1년 전부터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하다가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고려대에서도 강의를 시작했다. 고려대에서는 선생인 동시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대학교나 시민사회단체 등의 초청을 받아 1주일에 1회 이상 서울과 지방 등지에서 꾸준히 강연도 하고 있다.
법조 말진과 민변 졸병의 만남그의 최근 행보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멘토단’ 합류다. 그는 멘토단의 일원으로 박 후보의 선거 캠페인 등에 얼굴을 비췄고 선거 막판에는 유세 현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 입문으로 보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해석과 인식의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와의 인연은 깊지 않지만 제법 오래 됐다. 80년대 법조 기자 ‘말진’ 시절, 역시 민변에서 ‘졸병’으로 고군분투하던 박 후보를 만났다. 그렇게 알게 된 인연이 20년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서울시장 후보-멘토라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는 20일 멘토단 회동에서 서울시정의 난맥상을 지적하며 “서울시장 출신을 바꿀 때가 됐다”면서 “시민후보로서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하고 그 다음에 대통령과 같은 당 사람이 서울시를 맡으면서 지난 10년간 시정이 잘 운영됐는지 제대로 리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렇게 큰 지자체를 비슷한 사람들이 주고받으면 그 미래는 짐작 가능하다. 그것이 박원순이 꼭 되느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또한 박원순 후보는 정당 후보라기보다 야권과 시민들의 후보라고 볼 수 있다. 박 후보가 제대로 싸우지 못하거나 질 경우 시민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클 것이다. 박원순 개인의 실패를 넘어서는 문제다.”
그러나 이번 선거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어느 때보다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방 중계, 편파 보도 등 현직 언론인들도 “부끄럽다”고 고백할 정도다.
신 전 위원은 “2008년 대선 때보다도 훨씬 후퇴했다”고 촌평했다. 그는 “당시에는 일부 지상파에서 BBK나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보도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내곡동 사저 문제를 아예 취재조차 하지 않는다”며 “보도는 물론이고 발제를 하고 취재를 지시하고 편집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언론으로서의 기초적 단계가 생략되는 데 대해 더 이상 얘기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산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저널리즘도 먹고살아야 한다, 정치권이나 지배 권력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암묵적인 지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가면 먹고살려다가 집안이 다 거덜 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언론사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신뢰인데 광고를 얻고 신뢰를 잃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못다한 클로징을 트위터로요즘 그는 방송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보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아서”다. 실제로 최근 방송 뉴스는 비판과 감시 기능을 잃은 것은 물론 각종 연예 뉴스와 연성 뉴스로 도배되며 시청자들로부터 질타를 넘어 조롱을 받고 있다. 제대로 된 분석이나 논평은 기대조차 할 수 없고 앵커의 역할 역시 단순한 전달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 촌철살인 클로징코멘트로 ‘앵커가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영역’을 보여줬던 그라면 어땠을까. 그가 지금도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면 여전히 클로징코멘트를 하고 있을까. “어떻게든 해야 되겠지. 존재 이유인데. 클로징이 아니면 오프닝이라도 하지 않을까.”
마이크를 잃은 그는 트위터를 통해 못다한 클로징코멘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사회 이슈나 언론 보도에 대해 140자로 적어놓는 촌철살인의 논평은 쉴 새 없이 리트윗(RT) 되고 종종 기사화되기도 한다. 그의 ‘한 마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언론이 그 기능을 못 해주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쯤에서 최근의 MBC를 그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몇 년 전에 비해 지금의 MBC는 거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며 “체질 변경 수준”이라고 말했다.
“MBC가 내부적으로 힘든데 구성원들이 많이 지친 것도 같다. 정권이라는 게 얼마나 강력하고 집요하며 활용할 수단과 방법이 많은 지를 보여준 사례다. 정권이 최소한의 양식이나 룰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아무리 힘이 센 조직이라 하더라도 인사권과 돈, 룰까지 가진 정권이 그렇게 마음먹고 힘을 휘두르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이 모든 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라며 “지금의 사회를 만들어낸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함정 중 하나가 중우정치인데 악당이 지배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당이 출연할 수 있는 토양이 없어질 때 민주주의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디쯤 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고민하고 행동하라”그의 말에 학생들은 묻곤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는 답한다. “투표를 통한 민주주의는 기본이고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야 한다. 비민주적인 습관과 행태를 버리고,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하고,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언론도 제대로 소비해줘야 한다. 알고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 자신의 역할은 어디서 찾고 있을까. 주위에선 “직접 정치를 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는 “정치는 꼭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정치보다 그의 마음을 잡아끄는 일은 여전히 언론과 방송이다. “여건이 불리하고 기회 자체가 봉쇄돼 있어 당장은 어렵겠지만”이라면서도 “나는 항상 언론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교수를 하건, 비정규직 언론인을 하건 한국 사회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관심이 많다. 무엇을 하든 퍼블릭섹터(공공영역)를 업그레이드 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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