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기자 10년…파울볼에서도 미학을 찾는다

[시선집중 이 사람] 조봉권 국제신문 문화부 차장


   
 
  ▲ 조봉권 국제신문 문화부 차장  
 
“결국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진득진득 남아 있는 ‘문화불모지’ 이데올로기는 그 말을 하는 사람 자신이 부산의 문화현장과 자원을 별로 찾아다니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말일 공산이 크다. 게다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런 말, 이제 고만 좀 하자.”

조봉권 국제신문 문화부 차장은 지난달 1일자 칼럼 ‘문화불모지 이데올로기의 숨통을 끊자’에서 작심한 듯 이렇게 썼다. “부산은 문화불모지라서…”라는 자조 섞인 말을 연발하는 지역의 지식인들과 예술가, 행정가들을 향한 일침이다. 실패에 대비한 만능핑계로 악용되는 이 이데올로기를 끊고 새로운 기운에 주목하자는 게 조 차장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6월부터 매주 ‘조봉권 기자의 문화현장’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신문에 기명칼럼을 쓴다. 문화부 기자 10년 내공의 진가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부산에서 벌어지는 문화현상 곳곳을 독자들 앞에 들춰내 아프게 찌르기도 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부산 하면 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당연히 신문에서 야구 이야기는 잘 먹힌다. 공중에 뜬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떨어질 때 느끼는 긴장감. 그는 이것을 공연예술에서 느끼는 쾌감으로 연결한다.

“이런 능력을 나는 언제부터인가 ‘공간을 휘어버리는 힘’이라 칭한다. 공연자의 행위가 공연자 주변의 공기 흐름을 바꿔버리고 그 느낌이 객석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공연자에게 ‘당신 주위의 공간이 휘어져버리는 게 보이더라’라고 말한다. 허공에 뜬 야구공이 다른 아무 짓도 하지 않고도 심장이 다르게 뛰게 하듯이.”(6월 23일 ‘야구공과 공연예술의 미학’)

그는 야구장에서 들끓는 부산사람들의 ‘욕망과 바람’이 춤과 음악, 연극, 미술 심지어 문학까지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야구는 문화예술의 관객을 빼앗아 가는 적이 아니라 서로 통하는 동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 차장은 1995년 국제신문에 입사해 편집부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를 거치며 초년 기자 시절을 보냈다. 이때 편집도 하고, 경찰서도 돌고, 여행·레저 담당으로 근교산을 누비며 ‘다시 찾는 근교산’(전 2권)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문화부였다. 고참급이 된 2005년부터는 줄곧 문화부에 있으면서 문학과 춤, 문화행정을 맡고 있다. 그는 제대로 부산의 문화를 논하려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동료기자들이 함께 술 마시기 어려운 기자로 통한다. 성격이 까칠해서가 아니라 매일이다시피 문화계 사람들과 술자리 선약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예술가들은 열정적이지만 가난해서 술값은 월급 꼬박꼬박 받는 그의 차지가 되는 수가 많다. 10년째 이 생활에 빠져(?)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미혼이다. 그는 “문화부 붙박이처럼 돼 다른 부서에서 받아주지도 않고(웃음)… 새롭게 싹 트는 부산 문화의 기미를 발굴하고 알리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춤꾼, 소설가, 시인, 딴따라에게서 이 기운이 일고 있어 그가 이 생활에서 헤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혁신의 기운은 ‘평지돌출’로 출현하지 않는다. … 이쯤 되면 그간 힘겹기만 했던 젊은 예술인들이 슬슬 새로운 기운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런 작은 불씨를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7월 28일 ‘새로운 기운은 어떻게 싹 트는가’)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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