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 의혹' 선정성 논란
'정공법 벗어난 마녀사냥' '상류층 도덕적 해이 검증' 엇갈려
"한겨레 보기가 무섭다." 한 조간지 편집부장의 말이다. 한겨레가 24일자부터 보도하기 시작한 일명 '최순영 회장 부인 고급 옷 로비' 사건을 지칭한 것이다. 국민일보와 대한매일을 제외한 8개 중앙일간지와 방송 3사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확대되자 한겨레 보도 이틀 뒤인 26일자부터 일제히 다루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겨레 특종이 공인됨과 동시에 각 신문마다 판갈이 전쟁이 시작됐다.
한 방송사 기자는 "권력 눈치보느라 신문보다 늦게 취재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본질에서 벗어난 상류층 대상 옷가게 보도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 홍성규 보도국장은 "한겨레 보도직후 취재에 들어갔지만 방송 취재기법상 화면과 인터뷰가 필요하고 명예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며 "절대로 권력의 눈치 운운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MBC 엄기영 보도국장도 "사실확인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늦춰진 것"이라고 말한 뒤 옷값 관련에 대해선 "IMF 고통을 함께 하던 시기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벌인 국민 배반행각을 현실감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한 '옷 로비'는 기자사회 일각에서 '선정주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 일간지 편집국장의 고백이다. "김강용 사건과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당시 내용이 하나라도 확인된 것이 있는가. 단 한차례 반성도 안한 언론이 또다시 선정주의 보도로 한 건 올리려 하고 있다. 주장을 소재로 신문을 만들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과연 이게 언론인의 사명인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갖는다. 팩트(사실)위주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무능함을 느낀다."
다른 신문사 편집국장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제기된 상태에서 어디까지 써야 할지 난감한 사안"이라며 "장관 부인들에게 직접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일부 내용은 언론마다 다른 점이 있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언론의 역할에 관해 논란이 있겠지만 장관 부인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지적한 점은 성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일간지 편집부장도 "관심사가 온통 상류층의 고급옷으로 쏠려 독자들의 구미에 맞춰 제작할 때 회의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더욱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동아일보는 석달 이상 취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겨레보다보도가늦은 이유는 이형자씨와 장관 부인들의 주장이 격차가 컸던 것으로 들었다. 김강용 보도 때처럼 재차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한겨레가 이제까지 유지해온 '옐로우 저널리즘 배격' 자세를 버린 것에 유감이다. 상류층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옳다고 보지만 로비사건과는 별개이다."
반면 한겨레 고영재 편집위원장은 "공인의 부인은 공인이다, 상류층의 도덕적 해이는 공분을 사고 있다"며 "결정적 제보자의 증언을 검증했다"고 말해 선정성 논란을 일축했다. 조선일보 한 부장은 "의혹사건의 경우 결과를 놓고 뒤돌아 보면 반성할 것도 있겠지만 한국 현실에서 사회적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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