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면의 변신 "세상의 외침을 듣는다"

의견 위주 직설법 탈피…독자 감동 사연·여론 사각지대 목소리 담아


   
 
   
 
신문 오피니언면이 변하고 있다. 사설·칼럼 등 의견 위주 지면에 사연을 담은 수필이 실리고 여론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개면을 3개면으로 늘려 여론 형성 과정에서 독자와 교감하는 신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상철 동아일보 오피니언팀장은 “예전 오피니언면에 실린 글들이 직설적이었다면 최근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수필 형식의 글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7월부터 수·금요일, 오피니언면 3면(사설이 있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앞쪽으로 한 장을 넘기면 나오는 면)에 고정으로 독자 에세이 ‘죽기 전에 이것만은’, ‘나를 있게 한 그 사람’을 각각 싣고 있다. 사회 저명인사나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코너로, 원고지 10매 분량의 수필이다.

동아는 이 코너에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글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초기엔 기자들이 유명인사들의 구술을 기록해 정리했으나 지금은 일반인들이 직접 글을 보내온다. 국내 출판사 2곳은 연재가 끝나면 책을 내겠다고 제안서를 낸 상태다.

조선일보의 오피니언면 3면은 기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쓰는 에세이가 특징이다. 사내에서 글 솜씨가 좋은 차장급 이상 기자 등 8명이 4주에 한 번씩 화·금요일 각자 전문분야(법, 의학, 문학, 여행, 대중문화 등)별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암 투병 중인 홍헌표 기자는 자신의 암투병기 ‘암 환자로 행복하게 살기’를 쓰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 실리는 ‘앙코르 내 인생’은 인기 코너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구절양장 이야기가 인생 1막과 2막의 활동 장면이 담긴 사진 2장과 함께 게재된다. 조선일보 오피니언부 기자들이 독자들의 사연을 구술 받아 정리하는 형식이다.

수요일에는 명사들의 ‘에세이’가 실린다. 이선민 오피니언 부장은 “한 면 정도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오피니언 3면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의 오피니언면 3면은 매주 화·목요일 시민사회 토론 공간인 ‘왜냐면’을 기본으로 금요일에 격주로 연재되는 ‘청춘상담 앱’, ‘낮은 목소리’를 배치했다. 수요일에는 진보·보수 인사들이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싱크탱크 광장’을 싣고 있다.

‘청춘상담 앱’은 젊은이들이 인생 선배를 멘토 삼아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낮은 목소리’는 한겨레가 ‘우리 주변에 들리지 않는 외침, 세상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 절규’를 담고자 지난 5월부터 새롭게 선보인 코너다. 기자들이 직접 찾아가 그들의 말을 전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싣고 있다.

박용현 오피니언넷 부장은 “그동안 여론면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이 코너를 시작했다”며 “전문계 고등학생, 정화조 청소노동자, 지하방 세입자 등의 진솔한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평균 5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오피니언 사이트 ‘훅(hook)’도 서비스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과 파워블로거들이 분량에 제한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온라인 여론면이다.

이 밖에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오피니언면 3면에 만화, 외부 칼럼, 독자 의견이나 반론 등을 싣고 있다. 경향은 16컷 만화 ‘반지하 생활자의 수기’, ‘고영재의 천관산 편지’, 중앙은 역사평론가 이덕일씨의 칼럼 ‘고금통의’가 눈길을 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상당수 독자들이 자기주장만을 내세운 오피니언면에 식상해 있다”며 “여론면을 확대하고 필진을 강화하면서 에세이 형태의 칼럼이나 삽화, 사진을 등장시켜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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