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열전···'IMF 그늘' 날려버린 통쾌한 슛! 슛!

동료·가족 모처럼 어우러진 '한마당'···항의·충돌 거세도 '결과에 승복' 페어플레이 정신 되새겨

2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 속에서 선수들은 이틀간 푸르른 그라운드를 맘껏 누볐다. IMF 여파로 2년만에 열린 전국 일선기자 친선 축구대회는 바쁜 시간을 쪼개 모처럼 선후배·동료들과 가족들이 함께 어루러진 자리가 됐다. 경기마다 격전이 이어져 더러 판정에 대한 항의나 가벼운 충돌도 없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결과에 승복하며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했다.

편집자



O···개막전에서 경남신문과 맞붙은 경기일보의 '비장의 카드'는 골키퍼를 맡은 김기수 기자(사진부). 비록 한골을 내주긴 했으나 경남신문의 열띤 공세에 맞서 수차례 '프로급 선방'을 해내 관람자들의 눈길을 한데 모았다.



97년 입사한 김 기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축구부 주전 골키퍼로 활동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관록 있는 진짜 골키퍼였던 것. 김 기자는 후반 1대0으로 뒤진 상황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차겠다고 나서 한때 '제2의 김병지' 출현을 예고하기도 했으나 회심의 슛은 수비수 몸을 맞고 불발에 그쳤다.



O···경기시작 3분만에 국제신문 김동수(사회1부) 기자에게 선취골을 내줘 고전한 중앙일보는 후반들어 임흥택 기자의 만회골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이어 파상공세를 펼친 중앙일보는 신준봉 기자의 역전골로 승리를 맛보았다. 국제신문은 종료직전 골대 앞 20m지점에서 간접 프리킥 기회를 맞았으나 골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중앙일보 김춘식 기자(사진부)는 추격전을 벌이던 중 상대 문전으로 돌진하다 수비에 걸려 넘어지면서 왼쪽 복숭아뼈에 금이 가는 전치 5주의 큰 부상을 입었다.



O···다크호스로 꼽힌 무등일보는 박석호 기자가 대구방송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무등일보는 경기내내 일방적인 우세 속에 대구방송을 몰아붙였으나 골 결정력 부족이 패인이었다. 반면 대구방송은 상대 문전 오른쪽 사각지역에서 김태영 기자(영상취재부)가 찬 공이 골키퍼의 손에 맞고 그물을 흔들었다. 대구방송은 전원수비로 선취점 유지에 성공했다. 대구방송 응원단은 특유의 사투리로 관중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분별하기 힘든 '으'와 '어' 발음은 순간적으로 '센트링!' '붙으줘!'로 튀어나와 관전의 묘미를 더했다.



O···선수들의 중장거리 포가 해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세트 플레이도한층세밀해졌다. 중도일보 최정현 기자(사회2부)는 충청일보와 경기에서 30m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3골을 성공시켜 득점왕에 오른 강원도민일보 서영 기자(사진부)도 프리킥을 전담, 상대팀에겐 요주의 선수로 꼽혔다. 대구방송과의 8강전에서 전주방송 김양호(방송본부)기자가 쏜 40여m 캐논 슛은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고 골문을 갈라 대회 최장거리 골로 기록됐다.



O···강원도민일보와 중도일보의 4강전은 지방 강호들답게 치열한 접전과 열띤 응원전이 어우러졌다. 중도일보 기자의 자녀 3명은 꽹과리, 북 장단에 맞춰 회사 깃발을 휘날리며 아빠들의 사기를 붇돋았다. 중도일보 가족 30여명은 29일 하루종일 경기장을 지키며 푸짐한 안주와 다양한 주종을 즐겨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한껏 살렸다. 강원도민일보도 함종득 부국장겸 사회2부장의 괴력으로 맞섰다. 50여명의 대부대를 지휘한 함 부국장의 "짠짜자자자짠짜자~"로 연속되는 독특한 응원가는 장내를 압도했다.



O···서울지역 예선에서 선보인 세계일보의 페트(pet)병 응원은 본선에서도 계속됐다. "한번에" "세계"를 연호하는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은 옥영대 기자(체육부)는 벌칙구역 우측에서 얻은 프리킥을 감아 차 골로 성공시켜 4강에 진입했다. 이날 세계일보 감독은 빨간색 페인트를 칠한 목장갑을 끼고 선수들을 독려, 관중들의 시선을 모았다.



O···'군기반장'으로 축구대회마다 명성을 떨친 KBS 우승의 숨은 공로자 박인섭 기자(문화부)는 이번 대회에서 음주를 삼가며 현장 총감독으로서 자제력을 보였다. 혹독한(?) 사령관으로 매년 축구대회 단골손님인 박 기자는 강원도민일보와의 대전에 앞서 "결승은 전쟁이다!"며 정신무장부터 시켰다. 실제로 KBS는 전병채 보도본부장, 홍성규 보도국장부터 정찬호 차장, 박선규 지회장(사건25시 진행)에 이르기까지 총괄감독, 총감독 등 '다양한 감독층'을 구성,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대외에 과시했다.



한편 KBS는 30일 밤 스포츠뉴스에서 우승 소식을 보도하는 열의를 보였으나 흥분을 채 가시지 못한 듯 준결승에서 1대0으로 이긴 세계일보를 3대1로 꺾었다는 '오보'를 냈다.



O···이번 대회 첫 출전한 전주방송은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통해 참가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전체 회원수가 25명에 불과한 전력 속에서 선수들의 분전은 더욱 빛을 발했다. 전주방송 선수들은또세계일보와 3-4위전을 마친 후 이어진 결승전에서 열띤 응원을 보내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깨끗한 플레이를 펼쳤다.



O···96년 대회에 이어 또다시 우승을 노렸던 강원도민일보는 '3년 전의 열띤 그 모습'을 그대로 선보였다. 안형순 사장을 비롯 김중석 편집국장, 김찬영 기획실장과 부국장 전원이 참가해 변함없는 회사 차원의 열띤 응원을 보냈으며, 3년전 '샌드위치맨'으로 차려입고 응원을 주도한 함종득 부국장이 또다시 응원단장으로 나서 "또 우승"을 외쳤다.



96년 대회 최고령 선수로 뛰었던 이도섭 영서취재본부 국장대우는 최고령 기록에 3년을 더했다. 올해로 기자협회 축구대회에 16년째 출전하는 53세의 이 국장대우는 결승전 40분을 모두 소화하는 체력과 기량을 과시했다.



O···이번 대회에서는 열전 속에 판정 항의로 경기가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중앙일보는 2회전에서 KBS를 맞아 경기 초반 거센 공세를 펼치며 다소 밀릴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을 깨는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후반 1대1 상황에서 수비수가 KBS 공격수를 밀쳐낸 것이 주심에게 페널티킥 판정을 받자 거세게 항의했다. 중앙일보는 선수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판정 번복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 경기가 중단됐다. 중앙일보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들은 결국 "일단 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해 경기는 20여분만에 재개됐다.



O···본선 첫날인 29일 경기결과에서 공통되는 양상이 드러나 관심을 끌었다. 대진표가 '3팀 1조'로 짜여진 가운데 묘하게도 첫 경기를 이기고 올라온 팀이 다음 경기에서 부전승 팀과 맞붙어 모두 패했던 것.



경기일보를 누른 경남신문이 세계일보에 패했고, 국제신문을 이긴 중앙일보가 KBS에, 무등일보를 이긴 대구방송이 전주방송에, 충청일보를 누른 중도일보가 강원도민일보에 각각 무릎을 꿇었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대진운도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입을 모으며 "첫 게임과 다음 게임에 보다 많은 여유를 두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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