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중한 인연…보듬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시선집중 이 사람] 문자메시지로 詩 보내는 양봉모 불교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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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봉모 불교방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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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 배상현 기자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한통 받았다. 9월의 첫날을 알리는 시 한편과 안부를 묻는 글이었다. “(중략) 9월은 아직 열매 맺지 못한 꽃들에게 뜨거움과 차가움으로 가을을 담금질하고 있다.” 매월 1일 아침 10시면 어김없이 도착하는 문자, 누가 보낸 걸까.
“기자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줄 때가 적잖습니다. 교만할 수 있고 욕을 먹을 수도 있죠. 그런 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비록 기사를 쓰기 위해 만나지만 다들 소중한 인연이죠. 그런 인연을 보듬고 소통하고 싶었어요.” 불교방송(BBS) 양봉모 기자는 3~4년 전부터 매월 1일과 특별한 날이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 한편을 보낸다.
양 기자의 시 한편 보내기는 1995년 광주불교방송 개국에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자필 편지에서 시작됐다. 이후 그는 매년 새해 연하장과 부처님 오신날 봉축엽서를 보냈는데, 조금 허전하다 싶어 시 한편씩을 함께 보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하듯 2008년부터 문자메시지가 직접 쓴 편지를 대신했다.
문자메시지를 받는 지인들은 1천명이 넘는다. 언론계, 불교계, 취재원, 선후배, 동창 등으로 그에 맞게 메시지 내용을 달리한다. ‘매월 1일이면 형님의 시가 기다려진다’, ‘늘 생각해줘서 고맙다’ 등 주위에서 격려가 많다. 물론 스팸문자로 여기며 심드렁한 반응도 있다. “아무리 읽어봐도 직접 쓴 거 같지 않다”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18년간 취재현장에 있으면서 틈틈이 시를 써왔던 그는 2003년 ‘월간 한국시’에 ‘절로 가는 길’ 등으로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나왔다. 지난해 6월에는 지인들에게 보낸 시 108편을 모아 ‘내 가슴이 하늘이면 그대는 별입니다’ 시집을 냈다. 시집 출간 기념으로 시 이야기와 공연이 함께하는 ‘북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는 문화공연 기획에도 열심이다. 지난 4일 광주에서 폐막한 ‘젊은 실험 예술제 굿+판 울림’ 추진위원장을 맡아 성황리에 행사를 치렀다. 광주광역시 남구 옛 대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예술가들의 향연에는 러시아, 중국 공연단을 비롯해 서울, 경기, 호남지역 공연단이 참여했다.
“광주가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면 젊은 예술가들이 신명나게 노는 굿판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문화예술계 지인들과 궁리하던 끝에 민간 주도의 국제공연에 의기투합했는데 얼떨결에 추진위원장을 맡아 3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국 청암 고법대회’ 집행위원장도 맡아 오는 11월 3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서울불교방송에서 근무 중이다. 직전까지 광주불교방송 보도제작부장을 맡으면서 15년 가까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파견 근무로 서울에 온 양 기자는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을 출입하며 후배 기자들과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랜만에 필드에 나와 배운 것이 많다는 그는 “후배들을 다독이고 이해하는 선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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