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기사축소 항의 간부들 보복인사
잇단 지방발령에 지회·공채기자들 '편집권 유린·국장퇴진'··· 노조위원장 징계통보 새 불씨
국민일보가 악수(惡手)를 거듭하고 있다. 잇단 기사 삭제·축소, 노조위원장 징계위 회부 등으로 기자들과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이번엔 일부 부장을 지방으로 발령내 '보복인사'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일보는 31일자 인사에서 기사 삭제·축소에 항의하고 부장단 회의를 통해 회장 면담을 신청했던 손철주 문화부장대우와 이문호 사회부장대우를 각각 광주지사장 겸 광주전남취재팀장, 대구지사장 겸 대구경북취재팀장으로 발령냈다. 또 김세곤 논설위원은 부산지사장 겸 영남취재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광주, 대구, 부산지사 모두 이번 인사로 '신설'됐으며 따라서 취재팀장, 본부장 직위 자체가 없던 곳이었다.
이에 앞서 편집국 부장단은 26일 자체 회의를 갖고 최근 일련의 편집권 침해사례와 노조위원장 징계위 회부 등을 안건으로 '회사에 발전적인 방향의 의견을 개진한다'는 입장을 결정, 건의서를 작성하고 조희준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조 회장은 27일 오전 10시 면담을 예정했다가 전체 편집국 대상의 간담회로 자리를 확대했다.
기자들은 이번 부장 인사를 '명백한 보복인사'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와 '편집국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31일 공채기수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편집국장은 파행인사로 귀결된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기자들은 또 "잇따른 축소보도와 '강요된 낙종'으로 실추된 국민일보의 위상회복을 위해 회장과 대화를 요구한 부장단 인사가 보복인사임을 경고한다"며 노조위원장 징계위 회부 등 경영진의 독단을 비판했다. 지회(지회장 박병권)도 성명을 통해 "갈수록 노골화하는 편집권 침해와 언론사상 유례없는 노조위원장의 징계회부 등 일련의 사안들이 조직을 기반부터 흔드는 참담한 사태"라고 규정하며 편집국장은 파행운영의 책임을 지고 용퇴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위원장 김용백)와 지회는 ▷만민중앙교회신도 MBC 난입 ▷SBS 드라마 '토마토' 관련 기사 등 경영진의 간섭으로 축소·삭제된 사례를 지적하며 편집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한편 조 회장은 27일 오후 6시 편집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1시간여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취임 3년안에 재정자립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 목표"라며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열독률, 지면만족도, 광고수주량, 신문디자인등이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또 "만민중앙교회 보도의 경우 보다 정확한 기사를 위해 게재를 지체시킨 것"으로 "이제까지 신문제작과 관련 간부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수평적인 단체가 아니라 수직적인 조직의 장"임을 강조하며 수직적 조직논리를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조 회장 간담회를 앞둔 27일 오후 2시 '항명', '사내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노조위원장, 구로제작국 표주인 부위원장, 이재영 구조지부장에 대해 '징계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날 징계위에서는 일단 징계위원장인 이중호 전무에게 징계내용을 위임해 31일 현재 보류중인 상태다. 노조는 징계보류가 '노조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 있다고 판단,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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