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부족하다"…언론사 현실도 양극화

언론사 육아 지원 실태 점검



   
 
  ▲ 젊은 기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육아다. 밤낮 없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느라 아이들 얼굴보기조차 쉽지 않다. 일반 기업보다 업무강도가 높지만 지원책이 턱없이 부실하다. 사진은 모범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KBS 어린이집의 수업 장면. (KBS 어린이집 제공)  
 
지난 8일 국내 기업 중 94.8%가 사내 보육시설(사내 어린이집 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을 뿐 여타 언론사에서는 눈에 띄는 육아지원책을 찾기 힘들다.
매년 여기자 세미나에서 언론사 탁아시설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언론사의 현실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기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다가 육아에 취약한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회사 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상파 방송3사 어린이집 ‘북적’
국내 언론사 중 사내 탁아시설을 갖춘 곳은 KBS가 유일하다. KBS는 사내 기술연구동 근처에 1백30여 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전문보육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1995년부터 16년째 사원들의 자녀를 맡아왔다. 만1세부터 만4세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보다 저렴한 보육료(17만~27만원)를 낸다. 현재 대기자가 5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기자들도 10~20명 정도로 알려졌다.

KBS 어린이집 김용란 원장은 “출근할 때 아이를 맡기고 퇴근할 때 데려갈 수 있어 선호도와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부부 기자를 비롯해 기자 직군에 있는 사원들도 많이 이용하고 문의도 잦다”고 말했다.

MBC도 2006년 10월부터 어린이집을 전문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 부근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30여 명 규모로 운영하다 2009년 9월에 근처 아파트로 이주하면서 규모를 20여 명으로 줄였다. 만 3세까지만 맡는다.

당초 이 언론사는 아파트 1층 두 곳을 임대해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한 곳만 운영한다. 상암동으로 이주하면 다시 40여 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SBS 역시 사옥 주변 건물을 임대해 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35명 규모로 역시 대기 인원이 줄을 서고 있다.

SBS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15년차 기자는 “사원이 1천명인데 어린이집 수용인원은 30여 명으로 자리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탁아시설 수용인원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탁아시설, 우리도 한번 해볼까
최근 경향신문 강진구 노조위원장은 사내 탁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차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터라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언론사가 탁아시설을 운영하게 될 경우 회사는 40~50%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고 나머지는 사원들이 내는 보육료 등으로 충당된다.

일단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전문업체에 따르면 리모델링 비용은 평당 4백만원 정도. 50명 규모일 경우 1백 평이 필요한데 이 경우 비용은 4억~5억원이다. 또 교구 등을 구입하는 데 1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 중 정부가 지원해 주는 비용이 최대 2억5천만원이다. 이 때문에 회사의 초기 투자비용은 3억원 안팎이다.

50명 규모를 1년간 운영하는 데 평균 4억원이 소요되며, 이때 운영비는 정부가 20~25% 지원해 준다. 나머지는 부모들이 부담하는 보육료로 회사는 40~50%, 즉 2억원 안팎을 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20~30명 규모로 줄일 경우 비용은 더 줄어든다.

문제는 임대료다. 사옥이 협소한 경우가 많아 임대를 해야 하는데 광화문, 여의도, 목동 등 언론사가 밀집한 곳은 대개 번화가로 값이 만만치 않다.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검토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사옥을 지으면서 사원들의 복지 역시 챙겨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국일보나 YTN, 연합뉴스 등이 신사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어린이집에 대한 구성원들의 수요와 요구가 있다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우리 회사만이 아니라 각종 기업들도 신사옥에 들어오는 만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내 탁아시설 실효성 없다” 반론도
일부에선 이런 ‘사내 탁아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규모가 큰 언론사가 아니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서울신문은 탁아시설 설치를 검토했다가 철회했다. 수용자 조사를 했더니 3~4명만 어린이집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대다수는 “지하철로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할 엄두가 안 난다”,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 탓에 회사 탁아시설은 내근직이나 기자직종이 아닌 직군에만 일부 실효성이 있다”, “집 근처가 차라리 편하다”는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은 2009년 말까지 회사 주변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해 왔지만 사원들의 이용률이 낮아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과거 여기자협회 등에서는 언론사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육아·탁아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관련 단체들이 밀집한 한국프레스센터나 그 근방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볼 만하다는 얘기도 나오곤 한다.

일각에서는 직접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기자들의 육아 문제를 도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영미 한국여기자협회장(연합뉴스 한민족센터 본부장)은 “최근 신입기자 중 여기자 입사 비율이 과반일 만큼 크게 늘어나는 등 육아문제가 기자사회에서도 가장 큰 고민이 되는 현실”이라며 “사내 탁아시설이든, 어린이집 연계든, 금전적 지원이든 육아와 보육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기자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적극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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