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리더십·조직문화 만들겠다"

[기협 인터뷰] 헤럴드미디어 유병창 사장



   
 
   
 
인쇄매체만으로 격변기 생존 어려워…방송도 준비


헤럴드미디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유병창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하면서 전문경영인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언론사 경험이 없는 기업인 출신의 유 대표를 영입한 데에는 ‘조직 혁신’의 기업마인드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미디어산업의 격변기에 취임한 유 대표는 무거운 책임을 느낌과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임 1백일(10일)을 맞은 유 대표를 지난 9일 서울 중구 헤럴드미디어 집무실에서 만났다.

-10일로 취임 1백일을 맞았다. 기업인 출신으로 지난 3개월이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신문은 미디어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하나의 산업이다. 그런 면에서 헤럴드미디어도 산업이자 기업이다. 업종이 다를 뿐 경영에는 기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 가지 면에서 차이도 있다. 전 직장인 포스코도 사회적 책임이 굉장히 큰 회사였지만 막상 언론에 와보니 책임감이 더 막중하게 느껴진다. 영향력도 크다. 각계가 언론을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코리아헤럴드를 발행하니까 주한 외교 사절단도 우리를 중요한 대상으로 여기더라.
기자들의 직업의식에 대해서도 느낀 바가 있다. 이전 직장에서 새내기를 면접할 때는 “취업을 하기 위해서” 직장을 택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기자 지망생들은 “기자가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자들의 자존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엿볼 수 있었다.

-기업인일 당시 언론과 기자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나. 실제로 다른가.
언론들은 기사를 통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편다. 하지만 과연 언론사 스스로는 그렇게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를테면 ‘사스마와리’라는 표현이 있지 않나. 일본어 같은데 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모순적 측면이 있어 보인다.
‘기자’에 대해서는 헤럴드미디어가 준비하던 보도채널 HTV에 오기 직전 홍정욱 의원(한나라당)에게서 같은 질문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기자라고 특별히 다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임무가 독특하고 영향력은 좀 더 있겠지만 다 같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주주인 홍정욱 의원과는 원래 알던 사이인가.
포스코 홍보업무를 3년간 했지만 일면식도 없었다. HTV에 오게 된 것은, ‘내외경제’ 시절 기자들을 좀 아는데 그 분들 중 아직 헤럴드에 남아 있는 기자들이 있다. HTV 대표이사를 찾을 때 방송인보다 언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문경영인이 낫겠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있었고, 제가 추천됐다고 들었다. 그때 처음 홍 의원을 만났다.
헤럴드가 안타깝게 보도채널에서 탈락해서 여행을 하며 은퇴생활을 즐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헤럴드미디어 대표이사로 와달라는 연락을 다시 받았다. 저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는 등 언론계가 격변기를 맞고 있다. 헤럴드가 보도채널 탈락 후에도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구체적으로 방송을 이렇게 하겠다는 건 아직 없다. 다만 지금이 미디어 융합의 시대다. 격변기에 헤럴드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고민은 있다. 언론사, 특히 신문사는 콘텐츠 유통 면에서 전보다 힘을 잃었다. 인쇄매체만으로 정보통신의 급격한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영상’ 쪽이 어떤 식으로든 가미되지 않으면 상당히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개발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형태가 그렇게 변화한다면 사진의 자리에도 동영상이 등장하지 않겠나. 이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상보도는 지속적으로 준비를 해갈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절대적인 대안이라고 장담하진 않는다.

-인력과 장비 등 투자를 통해 방송에 대한 비전을 마련해야 할 텐데.
당연히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방송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 있지 않다는 거다. 무엇이 필요하고 전반적으로 어떻게 준비할지 모든 면을 살펴보고 있다.

하반기 새 사옥 매입 추진…사기진작·제2 도약 의미

-헤럴드미디어 충무로 사옥 매각 후 새 사옥 매입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상반기 중으로 기존 충무로 사옥을 매각한다. 하반기에는 새 사옥을 매입하려 한다. 제일 좋은 안은 사대문 안에 새 사옥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무적 여건과 시기 등을 따져야 해서 아직 구체적인 안은 없다. 새 사옥 매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헤럴드미디어가 그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자체 판단도 있고 사원들의 사기진작 면에서도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2의 도약의 의미도 담고 있다.



   
 
   
 
-사원들을 상대로 한 ‘비전과 사원복지방안 설명회’ 자리에서 “미래를 알리는 매체”를 강조했다. 미래를 알린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격변기, 사회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때에 헤럴드가 미래사회의 가이드가 되자는 의미다. 미래사회에 발전적 도움을 주는 매체가 됐으면 한다.
헤럴드 자체도 급변하는 미디어 상황에 잘 대처해야 해야 한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프로액티브(선 행동)를 해야 하는 것이다. 사후대응이 아닌, 사전대응으로 미래를 먼저 준비하는 매체가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장선상에서 미래사업, 미래직장, 미래조직도 이야기했는데.
미디어 격변기에 가장 걱정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다. 생존의 문제가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 어느 매체는 언론의 본령을 상실할 수 있다. 언론의 제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래사업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미래사업은 앞서 강조했던 변화에 대한 전통적 매체의 대응책 마련인 동시에 사업다각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미래사업을 위해선 언론사의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언론사의 리더십은 효율적이면서도 강해야 한다. 팀워크도 강화되어야 한다. 새 시대에 맞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갖추자는 게 미래직장, 미래조직의 뜻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변화에 보수적인 편이다.
기자조직의 보수성은 오랜 기간 실험과 검토를 거친 언론사의 특수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론사가 더 이상 언론종사자 중심으로만 꾸려가기 어려워졌다는 데에 있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뉴미디어에 적응하거나 다른 사업에 진출할 때에도 기자나 언론종사자를 활용해왔다. ‘언론업’에만 몸담았던 분들이 일종의 ‘업종전환’을 한 셈이다. 장치산업이든, IT든 모든 것은 사람이 하기 나름인데 적재적소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방식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언론과 관련한 것은 언론종사자들이 맡고 다른 업무는 그에 맞는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의 본령’ 유지 위해 미래사업 반드시 준비해야

-경제지는 친 재벌, 반 노동 프레임에서 자주 비판을 받아왔다.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일수록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게 낫다고 본다. 노동계와 기업계는 항상 대립해 왔다. 특히 대한민국 노동계는 정치적 유산이 많다. 그래서인지 노와 사의 관계에서만 풀어야 될 현실적인 문제들도 사회적 이슈와 얽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제가 보기에 과거 기업들이 (노동계에) 잘못한 일이 많다. 지금도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지만 노력해가고 있는 단계라 여긴다. 이런 점을 노측에서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감한 노사 문제에서 경제지, 즉 우리의 역할은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또 나라에 도움이 되고 발전적인지를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그에 맞는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판단이 매우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와 사가 대결과 투쟁이 아닌 긍정의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언론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의 경영과 편집권 독립에 대해 소견을 듣고 싶다.
어느 언론사라도 경영과 편집권의 독립은 당연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고 답할 것이다. 저 역시 언론의 가장 기본적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하나가 틀어지면 언론사의 전체 조직원의 가치기준이 흐트러지고 회사도 혼돈에 빠진다.
다만 우리가 언론매체로서 가지는 지향점이나 방향은 큰 틀에서 경영진도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고 여긴다. 그 안에서 신문을 제작하는 일은 기자와 직원,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 비윤리적인 간섭을 하는 것은 회사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대담=김신용 편집국장 [email protected]
정리=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유병창 사장은…
사진 찍고 그래픽 그리는 탈권위 사장


유병창 사장은 이순이지만 ‘젊은 사장’이다. 마인드는 물론이고 실생활도 젊다. 그는 오랜 해외근무 경험과 IT회사 경영 경험이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취미는 ‘사진 찍기’다. “해외에 근무할 때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보기만 하기엔 아까웠어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는 포스코 입사 때부터 해외에서 근무했다. 13년차에 포스코 아시아 사장에 올랐고 그뒤 10년 후엔 미국 사장도 맡았다. 외국에서 오랜시간을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

유 사장의 사진은 여느 실력자 못지않다. 얼마 전에는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의 메인 페이지 ‘오늘의 사진’ 코너에 소개됐다. 지난달 개최된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 때도 망원렌즈를 가져와 참가선수 전원의 사진을 손수 찍었다.

유 사장은 그래픽 그림도 취미로 갖고 있다. 지난해 가을 사진교육을 받기 위해 국민대학교 평생교육원에 ‘디지털아트’ 수업을 신청했는데 사진이 아니라 그래픽디자인 교육이었던 것. 우연히 듣게 된 수업이었지만 금세 재미를 느꼈다.

“심심해서 추상화를 그려보았는데 교수가 지나가면서 “엇, 이거 어디서 났어요?”라며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제 실력이 꽤 괜찮은가보다 했지요.(웃음)” 유 사장의 집무실 컴퓨터 바탕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게 바로 그 그림이다.

유 사장은 또 ‘개그콘서트’ 마니아다. 주말에 방영하는 KBS2 ‘개그콘서트’를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본방사수’를 하는 편이지만 부득이한 이유로 시청하지 못하면 IPTV로 찾아볼 정도다. 최근 헤럴드미디어 전 사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도 개콘의 한 코너를 소개해줬다.

그는 이러한 취미생활이 실제 경영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유 사장이 포스코에서 홍보담당으로 일할 때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문구가 탄생했다. 이 광고는 장치산업 포스코를 ‘부드러운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인문학적 지식과 철학, 문화적 감각이 미래시대를 지배하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또 ‘탈 권위’를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세대 간 격차를 뛰어넘어 소통이 원활한 경영자가 되어야 변화를 민첩하게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집무실 문을 항상 열어 둡니다. 직원 누구라도 들어와서 언제든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입니다.” 전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서도 수시로 ‘1대 1’ 면담을 신청 받는다.

최근 그의 가장 큰 고민은 헤럴드를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젊은 매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과 감각을 모두 쏟아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도 언론인으로 변화하려 애쓰고 있다. 사원들과 매주 회의를 갖고 헤럴드미디어의 비전을 찾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유 사장이 좋아하는 미국 기업인은 잭 웰치(Jack Welch).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주다. 그의 집무실 서가에도 마쓰시다의 전기가 꽂혀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원들에게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CEO라면 누구나 그런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헤럴드미디어가 더 나은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밀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좌우명은 법제처장을 지낸 선친(유민상)이 써준 ‘仁德爲之忍(인덕위지인)’이다.

<주요 이력>
1950년 2월23일생
1966년 2월 경복고 졸업
1975년 8월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1975년 10월 포항종합제철 입사
1998년 3월~1998년 12월 POSCO 미국 사장
2002년 3월~2002년 5월 포스코 홍보 등 담당 전무
2005년 5월~2009년 3월 포스데이타 사장
2011년 3월~현재 헤럴드미디어 대표이사 사장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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