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문학상을 거머쥐다

동아 장강명 기자, 한겨레문학상
충투 정진영 기자, 조선 판타지문학상


   
 
  ▲ 장강명 기자  
 

   
 
  ▲ 정진영 기자  
 
두 기자가 바이라인이 아닌 문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02년과 2009년에 각각 신문사에 입사한 두 기자는 사내에서 필력을 인정받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소설을 쓴다는 혹은 썼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기자들이었다.

그런 두 기자가 문학상에 당선됐다. “얼떨떨했죠. 원고를 낼 때 가명으로 냈는데 수화기 저편에서 ‘○○○씨’냐고 묻자 ‘당선됐구나’ 알았죠.”(동아일보 장강명 기자)
“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당선 소식을 알려오니 좀 황당했습니다.”(충청투데이 정진영 기자)

동아일보 장강명 기자는 소설 ‘표백’으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에 당선됐다. 장 기자는 2002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등을 거쳤으며 올해 3월부터 노조 사무국장 겸 기자협회 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표백’은 모든 틀이 이미 다 짜여 있는 세상, 그 구조 속에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표백세대’라 칭하며 그 세대가 연쇄자살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반어적인 상황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장 기자가 신문사 입사 후 쓴 습작 소설 3편 중 1편으로, 구상에서 집필까지 1년여가 걸렸다. 정식 문학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SF소설을 써 단행본으로 내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습작 소설 ‘뤼미에르 피플’은 7일 발표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본심에 올랐다.

퇴근 뒤와 주말을 활용해 글을 쓴다는 그는 “기자생활을 10년 가까이했던 것이 문학상 수상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며 “기자와 소설가를 병행하고 싶다. 나중에 고참 기자가 되면 내 지면을 갖고 탈북자들이나 아이돌 산업 등에 대한 심층 기획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충청투데이 정진영 기자는 장편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도화촌 기행’은 곧 마흔이 되는 노장 고시생이 우연히 도화촌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소설이다.

정 기자는 2009년 충청투데이에 입사해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다. 신문편집이 주 업무이지만 뛰어난 글솜씨에 매료된 선배들의 추천으로 주말판 트래블 기획을 1년 넘게 썼고, 지난 4월부터 ‘충청의 마을숲’을 연재하고 있다.

‘도화촌 기행’은 그가 2009년 여름 북한산 한 사찰에서 칩거하며 쓴 소설이다. “20대 중·후반기에 시련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초기 불교 경전 ‘아함경’을 읽고 세상사를 납득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겪어온 불합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소설로 쓰고 싶었어요.”

그는 한양대학보사 주최 문학상 대상을 받은 경험도 있다. 정 기자는 “기자가 뭔지 모르고 신문사에 입사했지만 지금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설도 쓰면서 기자로 계속 남고 싶다. 궁극적으로 문화(음악·문학) 관련 대기자가 꿈”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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