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에 모든 열정 쏟아부을 것"

[기협 인터뷰] 한국경제 김기웅 사장



   
 
   
 
“위기를 기회로…고품격 스마트페이퍼 만들겠다”


한국경제신문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종편 탈락의 충격은 잦아들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주류미디어의 방송진출과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장. ‘경제지의 위상만으로 격변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가.’ 구성원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김기웅 한경TV 사장이 올해 3월 새롭게 온 것이다. 신문과 방송 현장에서 30년을 일한 김 사장에게 거는 한경인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김 사장을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경접견실에서 만나 위기 속 한경의 돌파구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사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한국경제TV 사장 6년 재직 후 바로 신문사를 이끌게 됐는데.

어깨가 무겁다. 평기자 시절 인터뷰를 가서 이런 말을 들으면 ‘상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위치에 서고 보니 그 말을 실감한다. 저뿐 아니라 언론계 경영인들이 모두 ‘언론 격변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이 많다. 머리를 짓누르는 숙제다. 많은 이들이 사장이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는데 저는 “취임 순간부터 영광은 끝난 것”이라고 응수했다. 사장인 저부터 몸을 던져 무엇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직원도, 저 자신도 불행해지는 길이 될 것이라 여긴다.

-지난해 말 종합편성채널 선정에서 한경이 언론사 중 유일하게 탈락의 쓴맛을 봤다. 대응책이 궁금하다.
종편 탈락은 솔직히 서운한 측면이 있다. 특히 심사위원들에게 그렇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한경에는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무엇보다 종편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언급할 수 없지만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항간에 홈쇼핑 진출이나 한경TV 강화, YTN을 비롯한 다른 방송사 투자 등 한경이 방송 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YTN은 굉장히 좋은 회사라고 본다. 잠재력이 있다. ‘대한민국 뉴스채널’이라는 확고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국경제TV는 현금 자산만 4백억원이 있고 그 돈으로 여러 가지 투자를 한다. YTN 주식을 산 것(한경과 한경TV는 지난해 말 YTN 주식을 4.56%를 샀다)은 언젠가 민영화되면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 보고 순수투자 개념으로 산 것이다. 또 한경TV가 YTNDMB를 임대하고 있는데, 교류할 부분도 많다고 봤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종편에 탈락한 비슷한 시점에 YTN 주식을 산 것으로 나타나 여러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인수도, 탈락을 염두에 두고 산 것도 아니다. YTN 구성원에게도 미안하다.

-새 방송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다는 말인가.
새 방송 진출 기회가 쉽게 올지 알 수 없다. 현재 선정된 종편4사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위로삼아 하는 말인지 몰라도 “한경이 (떨어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위로의 덕담을 해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과거 자본을 앞세운 기업들이 실패한 사례가 있어 학습효과가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든지,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잘 견디리라고 본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우선 한국경제TV 강화는 염두에 두고 있다. 한경TV는 국내 1위 증권경제 채널이다. 투자를 통해서 한경미디어그룹이 모두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직업방송(노동부 소유)’과 내년에 만들어지는 ‘소상공인방송(중기청 소유)’도 우리가 위탁경영한다. 종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송채널을 확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검토를 할 것이다.

-매경이 종편에 진출했다. 경제지 판도에 변화가 있으리라고 보는가.
매경은 경쟁사이지만 본받을 측면도 있다. 경영이 강하다. 일사분란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점이 강점이다. 그런 면에서 향후 무게 중심이 방송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매경은 전통이 있는 신문이고 종편에 진출한다고 해서 쉽게 경제지 판도가 바뀌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한경은 초심으로 돌아가 신문에 더 집중하려 한다. 우리 나름의 새 전략과 각오로 강한 신문을 만들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단계적인 변화를 하려 한다. 신문은 역시 비주얼이 중요하다. 그동안 한경은 학구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주부, 여성독자들이 읽고 싶은 경제신문으로 편집과 내용을 강화하겠다.

-취임사에서 ‘고품격 스마트 페이퍼’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콘텐츠가 결국 신문의 품격을 좌우한다. 품격을 갖추려면 기사가 기자의 사익과 주관,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건 자명하다. 누가 봐도 당당한 내용이 담기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기자들이 공급자 중심 기사를 쓰기보다 독자 입장에서 우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이 상 저 상에 놓듯이’ 모바일과 인터넷 TV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 독자들이 접하기 편리한 형태로 전달해주면 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천수답 경영탈피, 광고 의존도 줄이겠다



   
 
   
 
-한경TV 사장으로 있을 때 영업이익 20%를 넘기는 등 실적이 좋았다. 비결이 뭔가.

한경TV 초창기엔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사원들의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대단했다. 저 역시 ‘잘해보자’며 경영진에 동기부여를 주었다. 다시 말해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가 돌아가도록 급여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다.

TV의 장점은 신문보다 연령층이 젊다는 거다. 가벼운 조직은 달려가는 게 빠르다. 이런 점들이 맞아 떨어져서 경영 안정을 조속한 시일에 이룰 수 있었다.

또 하나 광고수입에 의존하면 ‘천수답 경영’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소비자가 필요해서 돈을 지불하고 사보는 걸 해야겠다고 결정했고 증권교육 프로그램, 증권정보 프로그램 등을 추진했다. ‘증시영향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도덕적 엄격성을 프로그램 전반에 요구하는 등 언론사로서의 위상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얼마 전 모 자동차기업 기사가 1판에 나왔다가 강판됐다고 들었다. 경영과 편집권 분리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그런 일은 금시초문이다. 기사를 빼라, 넣어라 지시한 바 없다. 솔직히 우리만큼 경영과 편집권이 잘 분리돼 있는 곳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업들이 주주지만 그분들에게 간섭을 받아본 적이 없다. 경영 잘해서 손해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신문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진 않는다.

편집국에 제대로 내려가지도 않는 편이다. 의도적인 면도 있다. 사장이 일일이 간섭하면 불편하지 않겠나. 기자출신인지라 제목이나 문장이 잘못돼 있거나 편집이 마음에 안 들면 지적한 적은 있지만 신문의 방향에 결정적 상처가 될 말은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할 것이다.

-콘텐츠와 수익, 조직 이 3가지에서 혁신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콘텐츠는 앞서 밝힌 대로 좋은 기사로 승부해야 한다. 기사 하나하나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엉뚱한 철칙이 있다. 기자는 ‘발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 주장은 ‘발 반 머리 반’이다. 길목을 지키고 서서 고민하고 쓴 기사가 읽히는 기사가 되는 지름길이다.

조직은 지난 사장 체제가 7년간 지속됐기에 한 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에 생산성과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다. 조직이 살아 움직이도록, 가벼운 조직이 되도록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려 한다. 경영자는 다양한 사람을 잘 선별하고 발전시켜서 낙오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제몫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라고 여긴다.

경영인으로서 수익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적자 보는 회사가 좋은 언론사가 될 순 없다. 광고 의존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현재의 고민이고 아직 그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친인척 등과 매주 만나는 자리에서 지면에 대한 의견도 듣는다고 한다.
그런 모임이 있나. 배울 만한 점이다. 우리도 누굴 만나든지, 우리 신문을 어떻게 보고 있나 들으려 한다. 정기모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디어를 주는 여러 지인들이 있어 편집국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객원 논설위원 21명을 모시고 모임을 가졌다. 이런 시도도 의미 있다고 본다. 우리끼리 잘 만든다고 착각하지 말고 진짜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협회와 인연이 깊은데.
예전부터 기자협회에 애정이 많다. 한국경제 지회장과 이달의기자상 심사위원도 했다. 평기자들의 모임이 잘돼야 하는데 항상 재정이 넉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자협회가 특별한 컬러를 보이기보다 더 많은 기자들을 지지하고 도와주려 애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기자사회 공동의 관심사에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

대담=김신용 편집국장 [email protected]
사진·정리=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김기웅 사장은?
김기웅 사장은 한마디로 ‘긍정의 CEO’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한다.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변화를 가져 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탈권위적인 사장이기도 하다. 사장실에는 노조간부부터 일선 기자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드나든다. 게다가 듣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솔직한 편이다. 보좌하는 이들이 “사장이 너무 권위가 없고 솔직해 걱정스럽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김 사장이 자녀, 후배기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넉넉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베풀며 살아야 한다”이다.
부유한 가정을 자랑으로 여기기보다, 편치 않은 부분으로 여긴다. 한 기자는 “선한 사람이라 저런 말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취미는 등산. 그는 “집 근처에 있는 청계산을 좋아한다”며 “결혼 25주년을 맞아 아내와 지리산 종주를 2박3일로 다녀온 일은 잊지 못하는 추억”이라고 털어놓았다. 짬을 내 온 가족이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것도 그의 소박한 꿈이다.

김 사장이 언론사 경영인으로 지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올해 3월. 한국경제TV가 국세청에서 납세 표창을 받은 일이다.

“개발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을까 늘 걱정했는데 조금은 덜어냈습니다.” 경영자로서 사회와 국가에 기여했다는 공식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 일로 기억한다고.

그 스스로도 그렇고 임원들에게도 당부하는 말이 있다. “임기가 없다”는 말이다. “저 역시 아이디어가 없으면 임원의 자격이 없는 것이죠.” 임원이 됐다고 자리가 보장돼 있다고 여기지 말고 성과를 내야만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좌우명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평생 겉멋 든 기자가 되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은지 경계하며 산다고 했다.

‘60대 40법칙’도 김 사장의 철학 중 하나다. 60은 자신이, 40은 남이, 내가 남에게 더 베풀어야 된다는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

<주요 이력>
1952년 8월7일생
1979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
1995년 미국 버클리대 연수
1978~1980년 내외경제신문 기자
1980~1981년 매일경제신문 기자
1981~2005년 한국경제신문 근무(편집국장 등)
2005~2011년 한국경제TV 사장
20011~현재 한국경제신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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