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자사 관련 가십기사를 쓴 스포츠서울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기사를 썼던 스포츠서울 항공담당 기자는 지난 4월말까지 검찰조사를 받았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스포츠서울 인터넷 판에는 ‘‘대한항공의 저주’ 광고 나오면 재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일본,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한항공이 광고를 찍은 5개국에서 공교롭게도 쓰나미, 원전폭발, 지진 등 대형 재난이 일어나는 등 잇단 우연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광고계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한 가십성 기사로 조양호 회장의 3녀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IMC) 상무가 5편의 광고를 진두지휘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기사가 나간 당일 저녁 대한항공의 상무급 고위간부가 편집국을 방문했다. “조현민 상무 부분을 빼달라”는 부탁이었다는 게 복수 기자들의 말이다.

편집국은 고심 끝에 조 상무 부분을 삭제하고 ‘대한항공의 저주’라는 제목도 수정해 내보냈다. 다음날 종이신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다음날인 3월17일 기내에 넣던 스포츠서울 2천4백부를 편집국 항공담당인 이모 기자 앞으로 발송했다. 그것도 착불이었다. 소송장도 날아왔다. 2천부가 넘는 기내지도 끊었다.

기사를 썼던 이 모 기자는 “출장 갔다가 돌아와 보니 책상 옆에 박스가 26개나 쌓여있더라”며 “최근까지 검찰에 불려다니고 있고 항공담당인데도 항공 관련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이 끝나면 민사소송까지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측은 대한항공의 소송이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고 있다.

일례로 당시 ‘대한항공 저주’ 기사를 받은 곳은 한경닷컴, 경향닷컴, 조선비즈 등이었다. 이 중 한경닷컴과 경향닷컴은 기사를 내렸다. 하지만 종편 제휴사인 조선일보의 자회사 조선비즈의 기사는 ‘대한항공, 참사를 예견했다?’라는 제목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대한항공 광고 일지’라며 연도별 광고 목록도 새로 첨부했다.

조병모 경제사회부장은 “그 정도 가십기사가 명예훼손이라는 게 황당하다”며 “불편한 기사가 나왔다고 이렇게 법적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언론 재갈물리기의 한 유형”이라고 말했다.

최근 3~4건의 대한항공 비판 기사에 대해서는 “기존 언론에서 다뤘던 공론화된 사안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홍보팀 한 간부는 이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그와 관련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