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현장 목소리 찾기 힘들어"

고기복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


   
 
  ▲ 고기복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  
 
“이주노동자들도 부모가 있고, 자식을 둔 한 집안의 가장이에요. 피부색만 다르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습니다.” 고기복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는 “보태거나 빼지 말고 이주노동자의 애환을 담담하게 다루는 보도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7년째 이주노동자 상담 업무 등을 하고 있는 그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시선에 대해 발언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대표, (사)한국해외봉사단연합회 이사장도 맡고 있는 그를 12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주노동자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이주단체가 전달하려는 이슈들이 언론 보도에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의 뜻과 다르게 왜곡되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내보고자 시작했다.”

-‘이주노동자’ 표현이 조금은 낯선데.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내·외국인을 구분하고 차별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유엔이나 세계노동기구(ILO)는 외국인노동자(Foreign Worker)보다는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라고 한다. 대부분 언론에서 쓰는 ‘불법체류자’ 용어도 문제가 있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형사범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체류기간을 넘겼거나 체류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은 형사범이 아닌 행정범이다. 그런 면에서 ‘미등록 외국인’이라고 써야 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는 70만명으로 추정되고 그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8만~19만명이다.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언론 태도는 어떤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옮겨가면서 다문화를 이해하고 보듬는 보도나 TV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일부 균형 잡히지 못한 보도는 여전하다. 지나치게 동정적이거나 어두운 부분만 부각해 쓰는 경향이 있다. 사진 찍을 때 다문화 자녀임을 드러내기 위해 티 나는 아이들만 골라서 찍기도 한다.”

-사례를 들어 얘기해 달라.
“최근 KBS에서 다문화부부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결혼 생활 9년차인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아내가 불화가 있는데, 주위의 도움으로 서로의 오해와 상처를 푼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중국인 아내의 어눌한 한국어 말투는 ‘9년이나 살았는데 한국말을 못하는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중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하고 자막을 넣는 배려가 필요하다.”

-언론 보도가 결혼이주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다문화는 말뜻 그대로 다양한 문화, 다양한 구성원을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의 다문화에는 결혼이주민만 있고 이주노동자나 난민은 없다. 정부 정책이나 지원도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주노동자 자녀는 다문화가정지원법의 혜택을 못 받는다. 절반 이상의 이주노동자 아이들이 중도에 학교 공부를 포기한다. 다문화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우리끼리 문화가 된 셈이다.”

-언론에 바라는 게 있다면.
“인터뷰 기사를 보면 대개 유명인이나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나온다. 하지만 그들 이야기는 일정 부분 정형화됐고, 자기 경험을 일반화해서 말한다.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삶이나 억울한 사연을 접하려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이주노동자를 찾아가서 얘기를 들어야 한다.” <공동취재팀>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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