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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70만명으로 추정된다. 만리타향 낯선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들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제도 개선과 더불어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안상수씨가 그린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포스터 ‘너의 나라에도 해가 떠냐?’(국가인권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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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외국인 130만명 육박
다문화 시대 언론 역할 중요이제 다문화는 대세다.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방부가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을 다문화시대에 걸맞게 바꿨다.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이하 생략)”로 시작하는 군 입대자와 장교 임관자의 선서문에서 ‘민족’을 ‘국민’으로 변경했다. ‘다문화장병’의 증가에 대비한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이 1백26만명을 넘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많은(多)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로 진입했다. 정부의 정책과 사업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많은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동화와 흡수, 통제와 관리 중심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국민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색’은 없다 지구상에 살색은 없다. 인종에 따라 피부색이 다르므로 특정색이 살색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황인종의 피부색을 살색으로 사용했다. 이 표현이 사라진 것이 2002년 11월이다. 기술표준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을 지정하는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한 것. 인권위는 당시 ‘살색은 특정 색깔의 피부색을 가진 인종에 대해서만 사실에 부합하며, 황인종이 아닌 인종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황인종의 피부색은 ‘살구색’이 KS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 보도에는 아직도 살색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오른쪽 어깨와 허리 부분을 살색으로 표현해…”<김연아, 지젤 의상 공개 ‘어깨 과감 노출’ 성숙미 강조>(서울신문, 2011.4.29)
“사진의 푸른 피부는 원래 살색이며, 금발 머리는 원래 보라색이다”<몸에 그리고…찍고…한 장르는 너무 좁아>(중앙일보, 2011.4.19)유색인종, 흑인이란 표현도 경우에 따라 대표적인 인종차별적인 표현이다. 유색인종은 백인 중심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용어라는 점에서 그렇다. 흑인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지리아인 등 국적을 표현하거나 굳이 인종과 국가를 밝힐 필요가 없을 때는 이름만 쓰고 국적을 알 수 없을 때는 외국인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 흑염소, 흑진주 등 유독 흑인에게만 별명이나 흑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차별적 표현일 수 있다. 스포츠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병이란 표현도 정확한 묘사가 아닐뿐더러 사람을 사고파는 물건 취급하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라는 표현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흑진주’ 월리엄스, 코트 복귀 채비>(한국일보, 2011.4.13)
<‘부진한 용병투수들’ 양승호 감독. “교체해 말어”>(세계일보, 2011. 5.1)외국인 노동자 구제역 감염 경로? 올해 1월1일 시행된 개정 국적법은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주요 대상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우수인재로 한정했다. 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 한국 거주 화교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문화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중국동포 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거나 전염병의 원인제공자로 몰아가는 것은 그 연장선이다. 일부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이를 보도하고 조장한 경우도 있다.
먼저 작년 말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전염경로에 대해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지목했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농장주들에 대한 출입국 사실을 파악해 감염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한우에서도 구제역 발생‘비상’…확산 방지 ‘총력’>(SBS, 2010.11.30)
<법무부, 구제역 차단 위해 외국인노동자 이동 자제 당부>(YTN,2011.1.28)이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는 지난 1월12일 국회에서 열린 ‘구제역 사태 대안 모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하며 ‘베트남에 다녀온 농민’을 감염경로로 지목하는 등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언급을 할 수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많은 부분을 힘없는 집단에 근거 없이 막연히 전가, 발뺌하고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느껴져서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결핵이 유행이라는 보도에서 아무런 근거없이 외국인 노동자의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경우도 있다. “특히, 안산시의 경우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도 학교에서 결핵이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에, 공장이 많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적 특성이 원인은 아닌지,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안산에서 고교생 결핵 집단 발병>(YTN, 2011.4.15) 반면 이 사건을 보도한 다른 언론은 외국인 노동자 관련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받기도 지난 3월22일 보수단체 간부 모친 살해사건 보도에서도 일부 언론은 성급하게 중국동포라고 언급한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
<‘어버이연합’ 간부모친 피살용의자 조선족 가능성>(뉴시스, 2011.3.22)
<보수단체 간부 어머니 피살사건…40대 조선족이 용의자>(조선일보, 2011.3.23)그러나 며칠 후 검거된 용의자는 중국동포가 아니었다. 한국일보는 ‘기자의 눈’ <보수단체·언론의 ‘지레 짐작’>(2011.3.24)을 통해 이 같은 언론의 보도행태를 질타했다.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보도도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교도소 수감자 중 누가를 더 신뢰할 수 있을까? 고용자의 인식과는 별개로 언론이 고용관련 보도에서 굳이 이런 비교를 언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수감자들이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에는 중소업체들의 결단도 한몫 했다. 안양에서 창고업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행사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오씨는 “출소자에게 물류창고 키를 통째로 맡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식자재 창고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어 구인난에 시달리던 오씨는 결국 수감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오씨는 행사장에서 7명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안양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국민일보, 2011.5.3)외국인 범죄에 대한 보도도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에 대해 ‘무법천지’, ‘성범죄 천국’ 등으로 표현한 언론 보도가 대표적이다. 2009년 기준 외국인 범죄율은 2%로 내국인 범죄율 4.1%보다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예컨대 1명의 유학생이 체류기간을 넘겨 미등록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보도한 <유학생 경쟁적 유치 외국인 범죄 양산>(강원도민일보, 2010.3.24)은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주여성문제가 전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지나치게 이주여성을 가족통합적이고 한국에 동화시키는 방향으로만 나아간다는 겁니다. 미디어 등에서 이주여성의 인권문제보다는 ‘바람직한 한국 며느리’ 되기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 점도 아쉽습니다.”
지난 2007년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는 비추미 여성대상 ‘해리상’을 수상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가 한겨레와 했던 인터뷰 내용의 일부다. 다문화를 주창하면서도 ‘한국식 며느리 미화’에 열을 올리는 이율배반적인 언론의 보도태도를 지적한 것인데 이는 최근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칭찬받는 베트남 출신 ‘울산댁’>(연합, 2010.12.4)
<이주여성들 새해맞이…우리도 ‘한국 며느리’>(MBC, 2011.1.27)
<“제 이름은 ‘박미진’입니다”>(뉴시스, 2011.3.8)반면 <캄보디아 신부 성기 절단…원인 놓고 의견 분분>(MBN,2011.2.10), <‘캄보디아 신부’도 한국 남편에 살해됐다>(문화일보, 2011.3.23) 등 결혼이주여성의 폭력과 관련된 보도는 다소 선정적이거나 현상 위주라는 비판도 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에 대한 일부 보도는 동정적인 시선이 반영된 경우도 있다. 일종의 특별한 대우다. 하지만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한다면 특별대우를 할 필요가 있을까?
‘불법체류자’ 용어가 놓친 것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령에 의해 체류기간이 정해진다. 그런데 이 체류기간을 넘겼거나 아예 체류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에 대해 이주인권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용어는 ‘불법=범법=범죄자’란 등식으로 확대되어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표현이라는 것. 체류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은 형사범이 아닌 행정범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여 ‘미등록 외국인’이란 표현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유엔 등 국제인권사회도 불법체류자(Immigrant) 대신 미등록 외국인(Undocumented Migrants)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언론은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많은 국가 송출 중단>(서울신문, 2011.5.2)
<비자만료 외국인 노동자 넷중 하나 불법체류>(연합, 2011.4.29)
<상의 안 입히고 수갑 채워서…인권없는 불법체류자 단속>(국민일보, 2011.4.26)사실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이 갖고 있는 함정은 인권이다. 불법체류자란 용어로 인해 외국인을 체류자격의 틀에 가두는 순간 그들이 겪고 있는 폭력이나 차별, 건강권, 그리고 이주아동의 교육권 등 인권문제는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공동취재팀>김성후 기자협회보 기자
[email protected]박광우 국가인권위 홍보협력과 사무관
[email protected]김언경 방송독립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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