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경향신문,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이 속속 에디터제를 운용하고 있다. 중앙이 2004년 9월 일부 부서에서 에디터제를 시행, 2006년부터 편집국 전체로 확대한 후 타 언론사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가장 최근엔 한겨레가 에디터제를 들고 나왔다. 2006년 유보했다가 올해 다시 추진해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왜 에디터제로 선회하고 있을까.
이는 인터넷·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발달과 도전, 신·방겸영 등 미디어 환경이 변화한 데 따라 콘텐츠 생산조직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달라진 독자의 요구와 미디어환경에 부응하기 위해선 기존 속보와 스트레이트에서 벗어나 심층기사 등 남다른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에디터-취재부장-편집팀장-일선기자 등의 협업이 핵심인 에디터제가 기존 부서제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과거 에디터제를 연구해온 한 언론사 간부는 “지면에서 인터넷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정보 소비·유통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출입처 기사로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기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최대한 보장해 줘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언론은 일제강점기때 상명하복, 위계질서, 집단주의 등이 담긴 일본식 모델을 고스란히 베껴왔다. 1883년 한성순보가 일본 기자들의 주도로 편집국 틀을 만든 이래 1백년이 넘었다.
그 중심에 부서제와 출입처 제도가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체육부 등 출입처를 기반으로 한 취재관행 아래서 언론사별 기사의 차별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효율성과 관행 등을 이유로 언론사들이 포기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기도 하다.
국민일보가 지난 2004년 에디터제를 추진했다가 1년도 안돼 부국장제로 되돌린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들은 영미식 에디터제의 방향을 참고하되, 현행을 유지하며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등 점진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의 한 간부는 “에디터제에 따른 장점도 분명 있지만 사실 기본적으로는 부서장 중심 체제”라며 “부국장에서 에디터로 바꾼 것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부서간 조정, 정보 교류 협력, 공조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미식 에디터제가 편집국 내에 소편집국을 여러 개 두는 제도로 기획, 취재, 편집을 책임지고 논조를 이끄는 사실상의 편집장을 말하지만 한국의 현실상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에디터와 취재부장, 편집팀장 간 권한 조율도 어려운 문제고 당장 출입처를 떠나 생존하기도 어렵다. 상명하복도 잔존한다. 언론 관행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겨레 안재승 정치사회에디터는 이와 관련해 “현재로선 에디터제의 가장 큰 취지는 편집과 취재의 협업 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라며 “여기에 사진과 디자인 등 비주얼 부문까지 긴밀한 협업구조를 만들어 지면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디터제는 단발성이 아니라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 현행 출입처 시스템과 문화를 같이 극복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에디터제가 되고 만다”며 “장기적으로는 영역취재, 수직적 문화 등 관행개선, 온오프 통합 등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미식 에디터제가 한국언론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서제와 차별되는 에디터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위 한국식 에디터제는 부국장 및 부서제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에디터제가 성공하려면 주력뉴스의 스타일 변화, 출입처 제도 탈피, 기자들의 전문성 강화 등 뉴스생산 조직의 변화에 따른 편집국 안의 공감대와 합의, 자발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환경에 따른 플랫폼 적응 능력과 이해도를 높여야 에디터제, 나아가 온오프 통합뉴스룸 시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실 기자(중앙대 겸임교수)는 “인터넷·모바일·SNS 등 새로운 플랫폼에 전향적으로 참여하고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에디터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이에 대한 기자들의 공감대가 선행돼야 제도의 의미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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