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중견 기자가 최근 회사를 떠났다. 그는 지난달 초까지 회사 종편출범위에서 요직을 맡았다. 매경이 종편 주금납입을 완료하기 직전 그는 갑자기 보도국으로 복귀 발령을 받았다. 후배기자가 부장으로 있는 부서였다. 얼마 뒤 주금 납입을 매듭짓고 매경은 환희에 취했다. 그는 조용히 책상을 정리했다. “건강이 안 좋아서.” 떠나는 이유를 주변인들에게 그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3월 중순 한 신문에 실명으로 그의 코멘트가 담긴 기사가 보도됐다. 매경의 “주금납입이 기한 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기자들은 보도국 발령을 사실상 문책으로 해석했다.
구성원들의 생각처럼 그 기사로 인해 인사가 났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본의든, 아니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외부에 한 사실은 경영진으로부터 책망 받을 수 있다. 또 인사는 인사권자 고유의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조치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는지 매경미디어그룹 경영진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 기자를 비롯해 매경·MBN 구성원들은 종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지난 1년간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4천억원에 가까운 납입 자본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간부부터 일선 기자까지 기자로서 자존심을 양보하며 뛰었다. 한 기자는 “영업사원인지, 저널리스트인지 정체성이 혼란스럽다”는 말까지 털어놓았다. 실적이나 액수로 가늠할 수 없는 노력이었다.
그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소명이나 만회할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 옳았다. 엄한 인사는 조직의 긴장과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실적주의에 연연하고 눈치를 보고 급기야 직언을 하지 않게 만든다. 더욱이 매경이 종편에 새로 선정돼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마당에 어울리는 처사는 아니다. 사람을 아끼고 격려하며 포용하는 자세가 아쉽다.
지상파방송이 오늘날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가 많지만 내부 구성원들을 존중하는 문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개인의 독창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 발현된 구성원들의 건전한 애사심과 자부심이 방송사의 경쟁력을 높인다.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매경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지금 매경을 위해 일하는 종사자들이 아니어도 외부에서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는 일부 간부들의 이 말에 구성원들은 큰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기자뿐만 아니라 여러 직군의 구성원들이 다른 매체로의 이직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일반 기업도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 이는 언론사인 매경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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