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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주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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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초 SBS 8시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추석 차례상 준비’ 기사로 기억나는데, 남성 기자가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면서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물가를 비교하더군요. 장은 늘 여성이 본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보도였습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남성 기자가 직접 장을 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라 인상 깊었다”며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로 구분 짓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고정화를 깬 뉴스였다”고 말했다.
1998년 2월 한국여성민우회 부설단체로 발족한 미디어운동본부는 미디어 정책 감시 및 모니터링, 교육, 여성연예인 인권보호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윤정주 소장을 2일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 위치한 미디어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떤 매체를 모니터하고 있나.“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이다. 케이블방송을 대상으로 지난 2007년 5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격월로 ‘이달의 나쁜 방송프로그램’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지상파에 대한 감시활동을 한다.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방송 시장에서 지상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방송 뉴스에 나타나는 보도의 문제점은.“주요 뉴스의 경우 남성 앵커가 소개하고 남성 전문가의 인터뷰가 많다. 여성과 관련된 뉴스는 ‘여성 1호’ 소개 기사나 여성이 피해자로 나오는 내용들이다. 성폭행범에 대한 뉴스를 전하면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마치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까 성폭행을 당한다는 식이다. 여성스포츠 선수들에게 붙는 별칭도 성차별 요소가 많다. ‘요정’, ‘흑진주’, ‘여왕’ 등은 여성선수들을 실력 있는 전문가가 아닌 외모로 평가하는 표현들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성평등 의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미디어운동본부가 2010년 방송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은 2003년 보고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 앵커는 주변 뉴스를 다루고, 전문가 인터뷰는 남성이 주로 하며, 여성은 사건의 목격자나 일반 시민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향이 반복된다.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여성은 연약함, 남성은 강함’ 등의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
-성평등 의식이 부족한 보도나 프로그램이 되풀이되는 이유는.“일부러 성차별적인 보도를 하겠나? 그런 보도를 하고도 성차별인지 아닌지 모른다. 성평등 감수성이 낮은 것이 문제다.”
-성평등 감수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금만 눈을 뜨고 귀를 열면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 인권교육과 더불어 성평등 관련 교육을 실시하면 좋겠다. 카메라 감독들에게도 여성의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하는 화면의 문제점을 일깨워야 한다.”
-기자나 제작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여성과 관련된 기사를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을 다루는 기사 등이 필요하다. 성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사가 많아야 한다. TV의 경우 화면을 구성할 때 여성의 신체를 부각하는 선정적인 장면을 지양해야 한다.”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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