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달라졌다, '감자'가 변했다"

강원지역 기자들이 본 4·27 재보선 강원도지사 선거

4·27 재보선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지역 기자들에게도 화제였다. 해당 지역신문들은 당일 박빙의 승부를 예상해 한나라당 승리용 기사와 민주당 승리용 기사를 모두 써놓고 있었다. 지역이 넓다보니 출구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개표를 봐야 했다. 당일 오후 10시30분, 최문순이 승기를 굳히자 편집부 기자들은 최문순 당선용 기사를 지면에 앉히기 시작했다. 새벽 1시30분, 결과를 확인하고 지면을 최종 전송했다. 이후 이어진 술자리에서는 단연 선거가 이슈였다.

이날 강원 지역신문의 한 기자는 “예상 외로 싱거웠다. 강원도가 달라졌다. ‘감자’가 변했다”고 했다. 왜 이런 선거 결과가 나왔을까.

강원지역 방송의 한 기자는 “현장에서 만나본 나이 드신 분들까지도 ‘이제 강원도 사람들을 물감자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최문순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된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 지사의 진정성은 통했고 반면 TV 토론 등에서 보인 엄기영 후보의 태도는 ‘얄밉다’는 여론을 확산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의 안일한 공천도 도마에 올랐다.

또 다른 강원지역 방송 기자는 “줄곧 한나라당을 밀어줬어도 되는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그래서 이광재 전 지사의 낙마는 도민들에게 ‘피다 만 꽃’이었고 그래서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는 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신문의 한 국장급 간부는 “일부 언론에서 여도에서 야도로 바뀌었다고 표현하지만 극단적 보수를 벗어났다고 보는 것 정도가 맞다”며 “이제 색깔론 등 맹목적 이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하는 안목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도 소외론에 따른 민심 변화와 이광재 전 지사 동정론,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의 콜센터 사건, 최문순 지사의 ‘촌놈’ 이미지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기자들은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이 도백이 되면서 향후 도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하고 있다.

강원지역 신문의 한 기자는 “강원도의 경우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다보니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집권세력과의 파트너십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도의회를 한나라당이 장악한 상태라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강원지역 신문의 한 간부는 “손학규 대표가 ‘제2의 고향’이라며 강원도 연고를 강조하는 등 민주당이 통째로 선거에 나섰던 만큼 당 차원의 협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힘을 실을 수 있는 데다 신공항 같은 첨예한 사안이 없어 예산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MBC의 한 기자는 “MBC 기자들은 지난 6년간 최문순 지사와 엄기영 후보의 사장 시절을 모두 경험했다”며 “당시 최 지사의 존재감이 상당히 컸고 비전을 많이 제시했던 터라 강원도의 미래에도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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