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삿속 끼어든 과학벨트 유치전

동아·조선, 홍보성 특집판 발행…"경쟁 와중 지면 장사" 논란


   
 
  ▲ ‘과학벨트 대선공약 이행 범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지난달 27일 오전 충남도청 본관 앞에서 조선일보 절독 선언 및 동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영남권, 충청권, 광주전남권 지방자치단체 간에 뜨거운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일부 신문사에 광고 유치를 위한 특집판 제작 소재로 전락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2일 별지 특집판 ‘첨단과학도시 포항’을 냈다. 전체 8개면 중 포항시 전면광고 2개면을 제외한 6개면이 기사로 채워졌는데 2~3면은 ‘포항이 과학벨트 최적지’를 홍보하는 기사들이었다.

2면에 “과학벨트 유치해 ‘제2의 신화’ 만들어 낼 것”이라는 박승호 포항시장 인터뷰를 싣고 3면 ‘과학벨트 포항이 유치한다’ 기사에서 “한국의 실리콘벨리를 꿈꾸는 포항시가 과학벨트 영남권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큰 틀에선 경북(G)-울산(U)—대구(D) 등이 유치에 공조하는 모양새이지만,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등 핵심시설이 들어올 후보지는 단연 포항”이라고 전했다.

이 특집판 제작은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가 제안해 이뤄졌다. 포항시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특집판을 제안했고, 시는 자료만 제공했다”며 “광고비를 집행했지만 액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이 특집판 발행으로 1억원 안팎의 광고 협찬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중앙일간지 포항 주재기자는 “포항시 광고뿐만 아니라 동국제강, 한동대학교, 포항국제컨테이너터미널의 광고가 붙었다”며 “시청 기자실 주변에서는 조선이 이번 특집판으로 1억원을 당겼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은 광고 협찬을 조건으로 충남에도 과학벨트 특집판 제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달 23일 도청 출입기자들과 산행에서 ‘조선이 충남도에 특집판 제안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제안이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거금을 들여 신문에 낸다고 최적의 입지가 바뀌겠습니까. 우린 그런 거 안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이 낸 포항 특집판은 경쟁지역인 충청권에서 조선일보 절독 등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선공약 이행 범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지난달 27일 충남도청 본관 앞에서 “조선일보가 과학벨트 유치전을 이용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선언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8일 ‘광주 과학벨트’ 특집판을 발행했다. 동아는 ‘아껴둔 땅 광주, 과학벨트의 씨앗을 뿌리자’(1면), ‘지반 안정…부지확보 용이…과학벨트 최적지는 광주-강운태 광주시장 인터뷰(2면)’, ‘후보 조건 모두 갖춘 4곳…광주, 자신감 넘친 제안’(4면) 등의 기사를 실었다.

광주시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광주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최적지임을 알리는 게 우리 부서의 일이며 동아 특집판도 그런 연장선에서 나왔다”며 “특집판에 별도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중앙지에 낸 1면 광고비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중순 중앙일간지 1면 하단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광주전남이 최적지’라는 광고를 일제히 실었다.

한 지역일간지 광주시청 출입기자는 “동아일보가 이번 특별판 제작으로 8천만원 정도의 광고를 수주했으며, 광주시 이외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호남권유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이나 연구 기관들로부터 협찬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동아의 특별판 발행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는 과학벨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 자치단체들의 경쟁을 이용해 두 신문이 지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전충남민언련의 한 관계자는 “지역간 경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런 특집판은 특정 지역을 띄워주는 것으로 비쳐지고 독자들의 혼란도 크다”며 “국책사업을 장삿속으로 접근하는 것도 언론의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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