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인권 감수성, 아직 초보 수준"
백수정 서울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미디어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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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정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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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렇게…얘기하니까 힘…힘들어 보이죠. 저는…하나도 안 힘들어요. 사…사람들의…생각일 뿐이죠.” 말할 때마다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입술을 어렵게 떼자 ‘힘든가 보다’ 싶어 말허리를 꺾은 기자는 부끄러워졌다. “장애인권 문제도 마…마찬가지예요. 당사자 관점으로 바라봐야 해요. 장애인을 많…많이 만나고 세심히 보고 귀 기울여 듣는 게 중요합니다.”
백수정 서울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미디어교육팀장은 이메일로 보낸 인터뷰 질문에 A4 11장의 답신을 보내왔다. 그것도 전날 피곤해서 그 분량밖에 못 보낸 것이라고 했다. 22일 오후 경기도 부천 송내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노트리지 주립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장애를 가졌다. 1999년 서울YMCA에서 어린이프로그램 전문 모니터를 시작으로 시청자 시민단체 활동과 인연을 맺은 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에서 7년째 장애인권 보도와 관련한 교육과 연구를 해오고 있다.
-어떤 보도들이 문제가 있나.“장애인 성공스토리를 다루는 기사에서 흔한데, 장애를 너무 부각시킨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에 초점을 맞추고, 사진은 휠체어 등 보조기구에 주목한다. 있는 장애를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극적 요소를 위해 억지로 부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담은 보도가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밥을 떠먹여준다거나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이미지 홍보에 장애인을 들러리 세우는 보도는 줄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온정적이고 시혜적인 관점에서 진화하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의 권익에 관한 기사보다 미담이나 행사, 성공담으로 많은 지면이 할애된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는. “장애자가 아니라 장애인이며, 장애인의 반대말이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임을 수년간 알려왔지만 언론의 보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머리로만 기사를 쓰고 관행에 기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시스템이 잘못된 표현을 반복하는 요인이지 않을까 한다.”
-장애인권 보도에 모범적인 매체가 있다면. “요즘 장애인 신문사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기존 언론에 비해 장애인 문제를 장애인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장애인 전문 방송국이나 KBS 제3라디오 같은 채널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자들의 인권 감수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아직 초보 수준이다. 특히 장애인, 노인,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의식은 일반 대중과 거의 비슷하다. 기자들의 인식은 고스란히 기사에 반영돼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기자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모니터를 하면서 느낀 점은. “기자들의 의식 속엔 장애인은 장애인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장애인 관련 보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장애부분’인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은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고 감정이나 사고, 개성이 있는 비장애인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장애인과 많이 만났으면 한다.”
-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끄는 1차 매체는 언론이고, 그 중심에 기자가 있다는 긍지와 소명의식을 가져달라.”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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