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 매몰되지 않고 현장기자로 남겠다"
11년만에 편집국 복귀한 경인일보 김순기 기자
만 11년 동안 편집국을 떠나 있던 경인일보 김순기 기자(차장)가 지난달 14일 편집국(문화체육부)으로 복귀했다.
19년 기자생활 중 절반 이상을 언론노조와 인연을 맺은 것. 그는 2000년 5월 경인일보 노조위원장이 된 뒤 2년 임기의 위원장을 4번 연임했다. 그 뒤 언론노조가 회계부정 사건 등으로 뒤숭숭할 때 수석부위원장이 됐다.
“2000년 10월 당시 최문순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각 언론사를 돌면서 산별전환을 권유할 때 언론노조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회계부정 사건으로 언론노조가 힘들었을 때 주변에서 정상화를 위해 언론노조를 잘 아는 사람이 선거에 나와야 한다고 권유해 선거에 나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몸만 편집국에서 떠났을 뿐 기자로서 지난 10년 동안 부침이 심한 언론 현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처음 논의하는 과정에서부터 지난해 법 효력이 연장될 때까지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보람됐습니다. 비록 완전한 승리는 아니지만 현 정부의 언론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앞장선 점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론 노동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정에 소홀 수밖에 없을 터. 그의 마음 한구석엔 ‘함께 못해준다’는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수석부위원장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가량은 지방출장을 가야 합니다. 서울신문 기자인 와이프 역시 야근을 할 경우 새벽 2시가 넘어야 들어오는데 이게 겹치면 딸과 아들만 수원 집에 남게 됩니다. 지금이야 중학생이니 걱정이 덜 되지만 둘 다 어렸을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기자는 언론노조 활동을 통해 기자로서 ‘언론계 전체 판도’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반면 대부분 언론사에서 조합원들이 노조 위원장을 꺼리는 세태에 대해선 아쉬워했다.
그는 “현 정부 정책도 그렇고 자기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꺼리는데 본래 부조리를 취재하고 이를 체계적인 지식으로 만드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며 “위원장은 단지 노동 분야에 국한될 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48세인 그는 언론계에 입문하기 전 사업에도 잠깐 손을 댔다. 그러나 결국 언론계로 와서 다른 기자와 조금 다르지만 ‘정도(正道)’라고 생각되는 길을 걷고 있다.
“우리 기자들은 조기에 데스크가 되면서 조직 시스템에 매몰돼 갑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제 나이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50대가 되어도 현장 기자로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김 기자는 “인생의 꽃은 어찌 보면 50대부터 시작된다”며 “이때가 되면 구조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끊임 없이 고민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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