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신뢰 크게 떨어져"

지역신문 정치부장이 본 국책사업 민심

‘내년 총선·대선 정부 심판’ 지역민심 분노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 세종시 수정안 등 국책사업들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파열음을 내면서 현 정권을 향한 지역 민심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신문 정치부장들은 이번 사태들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역민의 신뢰가 크게 무너졌으며 여당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공항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공약한 사람이 공약을 모두 지킬 수 없다”며 “국익에 반하면 계획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일보 송대성 정치부장은 지난 2007년 ‘일류국가희망공동체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된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집을 인용, 비판했다. 그는 “‘당시 공약집 2백36쪽에는 4백여 명의 정책전문가가 참여, 1백80차례 토론과 회의를 거쳤다’고 적혀 있다”며 “공약이 세세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공약을 발표할 당시에는 왜 이 같은 문구를 새겼나”라고 지적했다.

또 “신공항 문제는 199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필요성이 언급돼온 것으로 단순히 현 정권의 공약 차원으로 해석할 일이 아니다”라며 “2009년 호남고속철 문제가 불거질 때는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정부가 선투자를 해서라도 지방의 경제성을 창출해야 한다’고 해놓고 이번에는 경제적 타당성을 우선 고려해 번복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국제신문 조송현 정치부장은 “이 정부 하에서 느낀 지방소외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진단했다. 조 부장은 “수도권만 사람이고 지역은 식민지, 혹은 2·3류 취급한다는 지역여론이 팽배하다”며 “신공항이 들어서고 나면 물류 여건이 개선되고 기업이 유치되고 하면서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근본은 쉽게 바뀌지 않겠으나 적어도 한나라당 프리미엄(보이지 않는 10%의 절대 지지층)은 향후 선거에서 없을 것”이라며 “노무현 정권 시절 지역 균형발전이 잘된 것이라는 여론이 일면서 노 대통령에 대한 향수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신문 이동관 정치부장은 “공약은 대통령의 주장처럼 현실성이 부족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지난 3년간 하겠다고 하다가 이제와 백지화하니 지역민의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한 것”이라며 “지역 국회의원들도 막판에 힘을 보태긴 했으나 제대로 지역 민심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포항과 경주, 울산은 과학비즈니스벨트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충청 표를 의식해 그쪽으로 결정하면 신공항과 더불어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이 현 정권에 신뢰가 무너졌고 정치에 대한 불신까지 높아져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남일보 박재일 부장은 지난달 30일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대구시민 6백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여론악화가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공항백지화가 사전에 정부의 각본에 따라 발표가 이뤄졌다는 의견이 86.2%, 내년 총선·대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하겠다는 여론이 73.3%, 신공항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79.7%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지역민의 분노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역민들이 비대하게 중앙집중, 서울패권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민심이반과 정치적 응징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며 “지방연대와 지방분권에 대한 어젠다 설정으로 새로운 논의과정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권에 비해 덜하지만 충청지역에서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며 정치권을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전일보 김재철 정치부장은 “신공항 사태를 보며 과학벨트도 무산되거나 TK에 주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과학벨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인정한 만큼 반드시 충청도가 되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될 때 현 정부에 대한 지역민심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면서 “이때부터 국책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됐다. 당시 격앙됐던 지역 민심이 조금 잦아들었는데 다시 거센 비판이 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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