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제 인생의 추억 모음입니다"
'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 펴낸 김용길 동아일보 기자
블로그 게재 영화 에세이 35편, 중년의 가슴앓이 진하게 묻어나단골집 아줌마는 문 안으로 들어서는 그에게 알은체했다. “뭘로?” “늘 먹던 걸로, 삼합하고 막걸리 두 통….” 막걸리 한 사발에 멸치액젓이 간간하게 밴 파김치를 우물거리면서 그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영화 한 편 보고 막걸리 마시며 끼적거려요. ‘저 영화는 어떻게 만들었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를 생각하며 리뷰를 쓰는 거죠. 영화 리뷰는 나만이 갖고 있는 세상과의 소통장치라고 할 수 있죠.”
‘광화문 해리슨’이라는 별호가 인상적인 동아일보 편집부 김용길 차장이 ‘광화문 해리슨의 파이널 컷-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지상사)를 냈다. 2005년 여름부터 자신의 블로그 ‘편집자의 벤치’(www.journalog.net/harrison)에 짬짬이 게재한 영화 에세이 35편을 모은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 책은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마흔 고개를 넘어가는 중년남자의 가슴앓이’를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비루한 인생을 위로받고, 고만고만한 일상에 활력을 얻고, 추억을 나눈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흘에 한 번꼴인 야근을 마치면 새벽 1시가 넘어요. 집에 들어가도 잠이 잘 안 오죠. 편의점에서 산 막걸리를 마시며 영화를 봅니다. 극장에서 못 봤던 영화를 볼 때가 있고, 옛날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가득한 대개의 영화 관련 서적들과 달리 영화 줄거리와 의미를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다. 털건 털고, 추릴 것은 추리고, 복잡한 것은 단순화시키며 핵심을 잡아내는 편집기자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셈이다.
20년 넘게 뉴스 편집자로 일한 그가 보기에 뉴스 편집과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수많은 정보에서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 제목을 달고 레이아웃을 하는 편집처럼 영화도 인간의 온갖 편린들을 영상을 통해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얘기다.
“편집의 기본은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겁니다. 텍스트를 모르면 편집이 안 나와요. 디테일한 정보에 전력을 다해 하나의 키워드를 끌어내는 것이죠. 때론 한 컷의 영상으로 상징미를 드러내는 영화와 비슷하죠.”
그는 영화 읽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영화는 내 인생의 추억 모음이에요. 중년의 나이에 옛 친구를 불러내는 전주곡이기도 하죠. 탁주 한 잔 마시며 쓴 리뷰가 블로그에서 많이 읽히고 친근감 있게 소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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