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한국판 위키리크스 만들었다
스웨덴에 서버 설치…제보자 보호 역점
제보 무한 수용 가능·기자들 2차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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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이 만든 ‘경향 리크스’ 초기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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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계속 비밀에 부쳐질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책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中)
한국판 위키리크스가 등장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23일 제보·고발 사이트인 ‘경향리크스(www.khleaks.com)’를 개설했다. 경향리크스가 한국판 위키리크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경향신문의 실험에 국내 언론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향리크스’의 핵심은 사이트 운용 서버를 스웨덴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자국 법률에 따라 서버와 관련한 어떠한 자료 요청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한국판 위키리크스를 모델로 삼고 내부 연구에 들어간 경향신문 연구팀은 무엇보다 제보자 보호에 역점을 뒀다.
박래용 디지털뉴스 편집장은 “제보자 보호를 우선 고려했고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애초부터 제기됐다”고 말했다. 외국에 서버를 두면서까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경향에서도 경향리크스 사이트 접근이 가능한 이는 세 명으로 제한돼 있다.
온라인 전문가는 “(외국 서버 구축은) 압수수색 등 사법공조가 이뤄질 수 없는, ‘정치권력’ 및 조직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리크스는 기존 언론사들이 가진 제보 시스템과도 차별성을 가진다. 제보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사이트 접근이 가능하다. 몇 백 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은 물론 동영상과 음성파일 등 양에 관계없이 올릴 수도 있다. 기자를 통하는 절차도 생략된다.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를 택할 것인가에 대해 경향 측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라는 기준을 명확히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 여부가 정확치 않은 제보에 대해선 경향 기자들이 취재를 통해 2차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자들은 경향리크스의 등장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한 종합지 기자는 “사이트가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둔 시점에 만들어졌다는 점은 현 정권과 차기 대선주자들을 긴장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제지 정치부 기자는 “기성 언론들이 취재원 보호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것과 권력기관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 방증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발자 보호 장치를 극대화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향리크스’는 제도권 언론이 만든 제보·고발 사이트라는 점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위키리크스는 위키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집단지성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리크스, 폭로에 무게 중심이 있다”며 “기성 언론이 폭로저널리즘을 좇는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 편집장은 “우리 스스로 이 사이트를 구축할 정도로 당당하고 떳떳한가를 먼저 고민했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언론이 되겠다는 의지를 경향리크스를 통해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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