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역할과 국민의 알권리 무시한 판결"

안기부 X파일 보도 유죄 각계 반응

언론·법조계·시민단체 일제히 비판

대법원이 최근 ‘안기부 X파일’ 보도한 기자들에게 유죄 판결한 데 대해 언론과 법조계,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7일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 월간조선 김연광 전 편집장(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각각 확정했다.

이에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언론에 보도되려면 공공의 이익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있어야 하나,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아)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의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은 보수와 진보성향을 떠나 한목소리로 유죄판결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 ‘우선순위 그르친 ‘안기부 X파일 보도 有罪’’를 통해 “대화 당사자가 대한민국 최대 재벌그룹과 신문사 최고위 인사이고, 이들 대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여야 대선 후보이거나 유력 정치인, 검찰 고위간부 같은 공직자다. 대화내용도…(중략)…불법적인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이날 ‘헌정질수의 중대 ‘공익’을 훼손한 ‘엑스파일’ 판결’이라는 사설에서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국민의 알권리보다 통신비밀의 보호를 앞세웠다”며 “문제된 공익의 중대함으로 보면 공직자 등 공인인 이들의 실명과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도 불가피했다고 봐야 한다. 보도방법이 지나쳤다는 등의 잣대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억지스럽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대법원을 강력 비난하며 결정이 부당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8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거대 재벌기업 삼성과 거대 족벌신문 중앙일보의 ‘자본-언론유착’과 정치권력과의 유착 기도, 검찰의 떡값 의혹 등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거나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당시의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시민들의 관심은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사회의 비리나 부조리를 치유하는 것이 언론의 목적이고 그 목적의식 하에 보도됐다면 법률상 하자가 있더라도 (대법원이) 위법성을 조각시켜야 했다”며 “취재 과정을 문제 삼고 있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는 것을 덮을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기부 X파일’ 사건은 1997년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줄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 등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 도청한 내용을 이상호 기자 등이 2005년 입수해 보도한 사건이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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