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보도, 유죄 원심 확정

이상호·김연광,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대법원 "불법 도청 입수, 정당 행위 아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의 상고심을 선고하기 위해 자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전 편집장(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7일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전 편집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각각 확정했다.

재판부는 “불법 도청을 통해 입수한 개인 대화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도하려면 공공의 이익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언론사가 불법 감청 결과물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보도로 얻어지는 이익도 통신비밀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자가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을 고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당사자의 실명을 그대로 보도하고 도청자료 입수 과정에서 사례비를 지급하는 등 방법의 상당성도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이인복 대법관 등 5명은 “도청 자료에 담긴 대화 내용이 여야 대통령 후보 진영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과 정치인․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한 떡값 지급 등의 문제로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돼 있다”며 “보도는 정당하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은 1997년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줄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 등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 도청한 사건이다.

이를 주도했던 안기부 도청 조직 ‘미림’ 팀장은 면직 후 X파일을 외부로 유출했다. 이를 건네받은 재미사업가 박 모씨는 이를 다시 이 기자에게 줬고, X파일은 2005년 7월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X파일 공개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팀을 꾸렸다. 같은 해 12월 이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X파일에서 거론된 ‘떡값 검사’들과, 대화 대상자인 이 전 회장과 홍 회장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후 이 기자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녹취록 전문을 보도한 김 편집장은 공익상 필요성이 없는 부분까지 보도한 책임을 물어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은 “언론이 위법 수집 증거에 접근해 본연의 사명을 달성했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정보의 불법수집과 공개누설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유죄로 판단, 이 기자에게도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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