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피폭·여진 두려움 속 취재
국내 언론, 일본 현지 110여명 취재 중…"본사서 안전대책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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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가모지구 인근에서 일본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가운데 한 경찰관이 시신 수습장면을 취재하지 말라며 막아서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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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얘기가 나오면 극도로 예민해져요.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방사능 피폭을 우려하고 있는 거죠.” 원전 폭발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취재 중인 한 방송사 기자는 원전 취재를 두려워했다. 그는 “막상 후쿠시마 현장에 가면 더 가까이 가고픈 욕심이 생긴다”며 “앞으로 원전이 계속 이슈가 될 텐데 어떻게 취재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사흘째 폭발사고가 이어지면서 동일본 대지진의 관심이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현지에 파견된 국내 언론사 기자들도 후쿠시마 원전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취재 중인 국내 언론사 기자들은 특파원을 제외하고도 대략 110명이 넘는다.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대부분 기자들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 현장 한 가운데 위치한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머무르고 있다.
센다이총영사관 건물 안 6평 남짓의 민원접수실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센다이 인근 미나미산리쿠, 나토리시, 이와테현 게센누마, 리쿠젠타카타 등에서 지진 참상과 피해 복구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기자들은 15일 원전 폭발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후쿠시마로 이동했다. KBS 보도국 일부 기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부근까지 접근해 취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은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이날 “더 많은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다.
14일 밤 통화한 경제지 한 기자는 “새벽에 일어나 후쿠시마로 들어간다. 원전에서 20km 반경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지만 취재하다가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방사능이 누출된다는 사실을 여기서 어떻게 알겠는가. 본사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는 15일 성명을 내어 “KBS는 취재진을 파견하면서 사전 안전교육도 하지 않고, 방사능 누출 우려 지역 취재에 필요한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취재하고 온 모든 취재진에 대해 즉각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간지 한 편집국장은 “가족이 일본에 있는 기자들을 많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며 “연락이 될 때마다 기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공포와 함께 여진의 두려움도 취재진을 짓누르고 있다. 여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특히 기자들이 머물고 있는 동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중앙일간지 한 기자는 “총영사관 건물 안에 있으면 밖에 세워둔 자전거가 흔들거리는 게 보일 정도의 여진이 가끔 있다”며 “익숙해진 사람들이 ‘별거 아니다’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는가 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참사 현장의 열악한 취재환경은 르포기사에 나타난다. 24시간 동안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해 눈이 뻑뻑하고 잘 곳이 없어 현청 강당이나 영사관 사무실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주먹밥 1~2개와 김 몇 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기자들은 “하루가 넘게 아무 음식도 구할 수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4시간쯤 눈을 붙였다”, “기름을 구하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렸다”, “24시간 만에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등의 소식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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