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에 가까운 지역 애착 이론과 현실 접목 '~ing'

[시선집중 이 사람]부산CBS 장규석 기자


   
 
   
 
“왜 하필 CBS냐.” “왜 또 부산이냐.” 장규석 기자가 2004년 11월 부산 CBS에 입사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회의적이었다. 서른살 꽉 찬 나이에,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석사학위까지 마치고 돌아와 택한 곳이 언론사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죽어라 공부해 석사학위를 따고 갑자기 라디오방송국에 입사한다고 하니, 친구들이 놀라더라고요. 게다가 지역에 내려가겠다니, 다들 ‘미친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었어요.”

장 기자는 당시 유엔(UN)에 지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컨설팅 회사는 면접도 잡아놓은 상황이었다. 그는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에 덜컥 가겠다고 마음먹은 건 오래 전부터 가진 지역에 대한 ‘오기에 가까운 애착’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기자는 영국에서 공간경제학(지리경제학)을 전공했다. 지역경제개발(Local Economic Development) 분야이다. ‘지방분권’이 21세기 우리나라 발전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해당 전공을 선택한 이유다. 이론으로 배운 지역 내 경제와 정치의 역학구도를 가장 가까이서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직업을 그는 ‘기자’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기독교 정신과 문화가 깃든 언론사’라는 막연한 배경지식에만 의존해 CBS에 입사한 것은 ‘운명’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로컬과 더불어 그의 관심사가 소외계층 문제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2월 장 기자는 후배기자 2명과 노숙인의 에이즈 감염 문제를 취재했다. 방역체계 바깥에 있는 노숙인들의 에이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이 기사는 사내 안팎에서 많은 화제를 뿌렸다.

“저와 후배들이 가명까지 써가며 병원에 잠입 취재해 기사를 썼어요. 취재과정에서 한 여성 노숙인의 생명을 구하기도 해 특히 기억이 남습니다.” 지난해 보도한 ‘사건현장 나뒹구는 피살사건’ 연속보도도 범죄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기자상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기사는 계속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 기자는 입사 초기 ‘지역발전을 위해 공부한 것들을 현실과 접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거듭했다. 올해로 7년차. 걱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법조, 부산만의 특수한 출입처인 해양수산, 선거 취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맡다 보니 점차 밑바닥부터 지역의 메커니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 한다”고 밝혔다.

학문의 끈도 놓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경제지리학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그의 꿈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배운 이론과 현장에서 접한 각 지역 공동체의 소득과 불평등 문제를 깊이 다뤄보고 싶습니다.” 지자체가 개발논리에 갇히지 않고 질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기자로서 감시하는 것이 “소명인 것 같다”고 장 기자는 덧붙였다.

‘지역분권’의 여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 “언론이야말로 가장 중앙집권화돼 있습니다.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언론이 먼저 내부적으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지역 문제에 더 천착하겠다는 장 기자. 그가 그려갈 부산, 나아가 지역분권의 미래가 기대된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