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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부 신문을 중심으로 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 기자들이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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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7시쯤,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에 사회부로부터 긴급 요청이 왔다. 인도네시아 특사들이 묵었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19층 객실 앞 복도를 괴발개발 그린 스케치를 들고 그래픽을 주문했다.
초판 마감이 코앞에 닥친 터라 디자인팀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유재일 기자와 박상훈 기자는 그래픽을 맡고, 일부 팀원은 인터넷을 뒤져 특사단이 머문 롯데호텔 디럭스룸의 구조를 파악하고 취재기자에게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의 위치, 복도 구조 등을 취재했다.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나누고 사건이 발생한 1961호를 중심으로 19층 복도를 입체화한 그래픽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뭔가 허전했다. 사건의 핵심을 보여줄 이미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객실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던 3명의 남녀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인도네시아 특사단 관계자에게 들킨 장면을 넣었다.
이 그래픽은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을 재구성한 21일자 3면 기사와 함께 실렸다. 김의균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장은 “객실 복도만 있는 그래픽은 썰렁할 것 같아 들킨 장면을 포함시켰다”며 “이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은 당시 상황을 더 생생하게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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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1일자 3면에 실린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 그래픽. 다음날 다른 신문들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그래픽이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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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지면에 그래픽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신문에 천안함 침몰과 구제역 가축 매몰지 2차 오염과 관련한 그래픽이 지면에 대거 등장했다. 1면에 그래픽이 실리는 파격까지 나타나는 등 그야말로 그래픽 전성시대다.
장성구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장은 “천안함 침몰 이후 신문에서 그래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보를 집요하고 깊이 있게 보여주는 수준 높은 그래픽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표, 차트, 다이어그램 등 기사의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그래픽이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지와 그림을 활용, 기사를 더 쉽고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포그래픽이 시도되는 최근 흐름도 이런 맥락이다.
그래픽의 최첨병에 중앙일보가 있다. 중앙은 2007년 11월 각 당의 대선캠프 사무실과 참모들의 활동공간을 그래픽으로 소개한 전면 기획인포그래픽(공간의 정치학-대선캠프를 가다)을 필두로 매년 수십 건의 다양한 기획인포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중앙은 회사 차원에서 비주얼을 지원한다. 그래픽 부문을 편집부에서 독립시켜 기획인포그래픽을 장려하고 지면 구성 회의에 그래픽데스크가 참여하는 등 출고와 편집이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래픽 기자를 현장에 파견하기도 한다.
신재민 중앙일보 그래픽뉴스데스크는 “뛰어난 그래픽은 취재의 깊이가 다르고 상상력 또한 뉴스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며 “기자를 현장에 내보내고 필요하면 관련 자료도 찾아본다. 뉴스 따라잡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도 부쩍 그래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은 구제역 파동이 몰고 온 ‘2차 환경 재앙’을 기사화하면서 침출수 유출, 가축 매몰지 현황 등을 그래픽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은 향후 기획인포그래픽을 지면에 실을 계획이다.
김의균 디자인편집팀장은 “지난 8일 취임한 양상훈 편집국장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취재기자들도 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취재부서의 제작 요청도 많아졌고 우리팀이 시제품을 만들어 담당부서에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앙과 조선이 촉발한 그래픽 경쟁이 타 신문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신문들이 회사의 지원과 인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사에 표나 차트를 끼워 넣는 정도로 다양한 그래픽을 통한 정보 전달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한 신문사 디자인팀장은 “부족한 인력 시스템 상 기획기사가 아니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래픽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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