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실린 수백 개 기사 가운데 독자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기사는 얼마나 될까. 주변 곳곳에 기사가 넘쳐나고 말들이 무성하게 싹을 틔우는 정보 과잉의 시대, 주목받는 기사는 따로 있다.
구절양장 이어지는 사연에 먹먹해지고 내가 알고 싶었던 사람들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래서 읽고 난 뒤 담백함을 느끼게 하는 기사, 사람의 향기를 전하는 인터뷰 기사는 울림을 준다.
최근 들어 일부 신문들이 기자를 전면에 내세운 와이드 인터뷰로 독자와 교감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5월부터 매주 화요일 편집국 에디터 3명이 번갈아 화제의 인물을 찾아 그들의 구석구석을 탐구한 와이드 인터뷰를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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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5일자 경향신문 '손동우가 만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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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기획에디터, 김석종 문화에디터, 이종탁 사회에디터는 ‘손동우가 만난 사람’ ‘김석종이 만난 사람’ ‘이종탁이 만난 사람’의 문패를 달고 3주에 한 번씩 번갈아 지면을 채우고 있다.
광고 없이 전면을 할애한 인터뷰로 원고매수만 35매가 넘는다. 3명의 에디터는 사회, 문화 등 각자 영역에 맞는 인터뷰이(Interviewee)를 선정한다. 배우, 교수, 신부, 구의원, 복서, 가수, 시인, 소설가, 향토사학자, 방송사 PD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이 지면에 나왔다.
메인과 서브 인터뷰로 나뉘어 있는데 서브의 경우 인터뷰이의 라이프 스토리나 인터뷰에서 나온 특징적 장면을 뽑아 따로 배치한다. 서술 형식은 일문일답과 내러티브 기사체가 혼용된다.
손동우 에디터는 “인터뷰도 하나의 기사다. 최소한 뉴스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아무개 하면 제목이 나올 수 있는 사람,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운 인물을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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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7일자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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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20년차 기자인 허문명 국제부 차장을 앞세웠다. ‘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는 지난해 1월부터 격주 월요일에 독자와 만나고 있다.
심규선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허 기자는 언론사상 최초의 여성 시경캡, 동아 노조 최초 여성 사무국장의 이력과 사회·문화·경제·국제부, 논설위원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여성의 섬세함에 무엇보다 글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허 기자는 선동열 전 삼성 감독, SBS 인기드라마 ‘시크릿 가든’ 김은숙 작가, 천안함 합동조사단장 윤종성 예비역 소장, 나영이 아버지, 동티모르의 히딩크 김신환 감독,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당시 화제의 중심에 섰거나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들이다.
허 기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 냄새나는 기사, 사람의 내면을 탐구하는 기사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고통 앞에 상처받고 때론 외로움에 울기도 하는 인물을 통해 독자들이 감동 받고 삶의 활력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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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14일자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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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2009년 3월부터 ‘최보식이 만난 사람’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뷰 기사로 필명을 날리고 있는 최보식 선임기자가 매주 월요일 와이드 인터뷰를 책임지고 있다. 조선은 “조선에서만 읽을 수 있는 와이드 인터뷰로 그의 남다른 인터뷰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고 밝혔다.
2년이 다 돼가는 이 코너는 정치인에서 연예인, 시인, 작가, 복서, 악단장, 목사, 산악사진가등이 두루 등장했다. 최근에 유명인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 타이틀을 달고 나가는 인터뷰 기사는 집중도가 높고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인터뷰이 또한 전문 인터뷰어의 리드에 따라 맘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그런 만큼 내용이 깊고 읽을거리가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인 기자들도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고 기사 완결성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손동우 에디터는 “문자 그대로 이름을 걸고 하니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고 있다”며 “스스로 주문을 많이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성후 기자>
---------------------------------------------------------인터뷰 달인들도 “어렵다 어려워”
두손두발 드는 섭외…기사 검색·저서 읽기는 기본인터뷰 기사는 대상자 섭외, 자료 조사, 인터뷰, 녹취 풀기, 재구성, 기사 작성, 퇴고 등 여러 경로를 거쳐 이뤄진다.
그 가운데 섭외는 인터뷰의 시작이면서 끝이다. 대상자를 찾기 힘들뿐더러 어렵사리 선정한 대상자가 고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땐 주변인을 통한 설득과 읍소 작전이 이어진다.
손동우 경향신문 기획에디터는 “‘누구를 할까’가 항상 고민”이라며 “대상자 선정이 기사 공정의 80%를 차지한다. 섭외에 비해 만나서 인터뷰 따고 기사 쓰는 것은 기계적 작업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탄탄한 준비는 인터뷰의 질을 좌우한다. 기사 검색, 저서 읽기, 주변인을 통한 인물 탐구는 기본이다. 모르는 분야라면 전문가를 찾아 공부하고 조언을 얻는다.
인터뷰어가 믿을 만한 기자라는 사실을 부각하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공정이지만 대상자 인터뷰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한다. 인터뷰이의 마음을 녹여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는 “마음 놓고 이야기를 하도록 분위기를 푸는 것이 먼저다. 이후엔 이면의 진실, 진짜 속사정을 풀어내도록 치열한 두뇌게임을 시작한다”며 “마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이와 수많은 에너지를 교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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