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운드' 요구에 허덕거리는 편집국

종편·보도채널 선정 그 후 (3)종편사 기자들 허리 휘나<끝>



   
 
  ▲ 기자들이 신문과 방송을 넘나드는 취재력과 보도제작 기술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멀티형 기자과정’에 참여한 중앙일보 기자들이 리포팅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인력 차출 시작…방송 출범시 기자 대거 이동 불가피
보도 인력 80명 이하…종편 전체 360~500명 예상


최근 중앙일보 편집국에 빈자리가 10개나 생겼다. 지난 18일 인사를 통해 평기자 6명을 포함해 기자 10명이 중앙 종편인 ‘중앙방송’ 보도본부로 옮겼기 때문이다.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인선에 이어 기자들이 합류함에 따라 중앙은 인력 수급, 방송 포맷 등 보도에 필요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동아일보는 ‘채널A’ 개국 준비를 위해 5개 본부, 9개팀으로 방송설립추진단을 꾸렸다. 여기에 기자들 9명이 새로 합류했다. 기존 방송준비 인력을 포함해 추진단에서 일하고 있는 편집국 기자는 13명으로 늘었다. 조선일보도 일부 편집국 기자들이 법인 설립 등 방송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국 인력 부족 호소
기자들의 비 편집국 파견이 늘면서 현장 취재기자들은 업무 강도가 세졌다고 호소한다. 중앙일보 한 기자는 “종편에 선정돼 사내분위기는 좋아졌으나 방송본부 쪽으로 사람이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부서별로 다들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한 기자도 “한 부서에 1명꼴로 빠졌다. 안 그래도 파견나간 기자들이 많은데 상당수가 방송준비에 차출되면서 업무량이 늘었다”고 했다.

종편사 편집국 기자들의 업무 강도 호소 현상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대부분 종편사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방송국 인력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서다. 보도국의 경우 편집국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외부 충원은 꼭 필요한 인력만 채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보도국 인력 운영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신문의 제작역량을 방송으로 극대화시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예컨대 보도국에 ‘100’이라는 인력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보다 더 적게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종편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시청자 의견 청취용’ 요약문에 따르면 조선은 3백67명, 중앙 4백94명, 매일경제는 5백여 명 규모의 방송국 인력을 계획하고 있다. 중앙의 경우 외부 충원 60%, 자체 인력 30%, 신입 채용(인턴십 활용 등) 10%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상태다. 사업계획서상 계획에 불과할 뿐 실제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종편사들의 입장이다.

관심이 쏠리는 보도국 인력은 안갯속이다. 종편사 안팎에서는 2008년 12월 개국한 OBS경인TV가 70~80명 규모로 보도국을 운영한 사례에 주목한다. 그러나 인력 최소화 원칙에 따라 종편 보도국은 OBS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종편사들이 기존 신문사 기자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통합뉴스룸 운영 등 콘텐츠 제작 시스템 개편이 진행 중이다.

종편, 근무환경 변화 예고
종편 출범은 종편에 진출한 동아·조선·중앙일보, 매일경제 기자들의 근무환경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채널인 MBN 인력을 활용하는 매일경제를 제외한 3개 신문사의 경우 편집국 인력의 종편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선 취재현장에서 기자 부족 사태가 전망된다.

3개 신문사의 편집국 인력은 각 3백명 안팎. 기자들은 취재인력이 늘어나지 않은 반면 업무강도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앙일보 노조가 지난해 11월 조합원 1백3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응답자의 29%가 ‘현장 기자 부족’을 꼽았다. 중앙 관계자는 “최근 경력기자 3명을 뽑아 인력을 보강했다”며 “편집국 인력을 계속 충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편사 사장들은 연초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혁신을 주문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앞으로 일하는 방식,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모든 기자가 신문, 방송, 인터넷, 모바일을 넘나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변화와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하다. 모든 조직이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주역으로 실질적인 내부 역량을 갖춰 나가기 위해 ‘혁신’해 달라”고 밝혔다.

사장들이 밝힌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원론적으로 신문기자가 방송 기사를 쓰고 리포트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니면 적어도 신문기자들이 방송용 콘텐츠 제작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막연히 해야 한다고 할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뭐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자들이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할 경우 전문성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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