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언론사 사장들의 속내는 어떨까.
지난해 12월 말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가 다수 선정됨에 따라 언론계의 신년 키워드는 ‘무한경쟁’, ‘생존’, ‘도전’ 등이었다.
이에 따라 언론사 최고경영진의 속내가 담긴 신년사의 풍경도 예년과 달리 사뭇 비장했다. 다만 조선, 중앙, 동아, 매경, 연합 등 방송 진출사들에서는 자신감이, 여타언론사에서는 위기감이 묻어나는 등 온도차를 보였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비상한 각오’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지상파와는 완전히 다른 방송을 만들겠다”며 “조선일보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총동원해 비상한 각오로 종편사업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조선을 겨냥한 듯 업계 1위 탈환을 공언했다. 17년 전인 1994년 취임사 중 선친의 경영정신 ‘업계 1등을 목표로 하지 않는 신문은 살아남을 수 없다’를 인용하며 “맘속에 새긴 이 확고한 신념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초일류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나가자”고 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동아DNA를 강조했다. “빼앗겼던 동아방송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룹 안팎의 모든 역량과 ‘동아 DNA’를 모아 최고의 경쟁력있는 방송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장대환 매일경제그룹 회장은 ‘NEW-매경’을 역설했다. ‘아시아 미디어 허브’, ‘트랜스미디어 매경그룹’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을 매경그룹이 주도적으로 모색하고 제시하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은 “올해는 미디어 빅뱅 원년이기도 하지만 연합 미디어그룹 원년”이라며 사옥도 짓고 가을에는 ‘보란 듯이’ 첫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반면 다른 언론사들은 무거운 신년사를 이어갔다.
고광헌 한겨레 사장은 종편을 ‘블러드 오션’이라 본 듯하다. 그는 “종편 사업에 뛰어든 기존 보수언론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 경쟁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 네트워크’와 ‘양질의 콘텐츠’를 강조했다.
이재천 CBS 사장은 “보도전문채널사업은 CBS의 종합적인 매체정책 중 하나로 추진했지만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며 “이제 우리는 보다 확실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와 매체의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은 ‘뭉쳐야 산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종합편성 방송사 출현으로 방송업계도 풍파가 예상되지만 신문업계도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 것”이라며 “‘일심일체’만이 다가올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