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사쓰마와리하는 막내기자를 아시나요?

[시선집중 이 사람] 포항MBC 이규설 기자


   
 
   
 
‘9년차 막내기자를 보셨나요?’
포항MBC에는 9년째 ‘사쓰마와리’를 하는 기자가 있다. 취재기자 8명 중 막내 이규설 기자다. 그는 매일 오전 6시 반 집을 나선다. 7시 반에 포항북부경찰서에 도착해 간단히 상황을 점검한 뒤, 소방서에 들렀다가 남부경찰서로 이동해서 늦은 아침을 해결한다. 이후 포항시의회에 도착, 낮 12시까지 단신기사 3건을 쓰고 오후에는 리포트 1건을 쓰고 녹음·제작을 한다. 틈을 내 교육청과 검찰도 들른다. 눈코 뜰 새 없는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만년 막내기자라는 수식어는 부끄럽기보다 요긴할 때가 많아요.” 경찰들도 9년째 마와리를 도는 그가 안쓰러운지 은근히 불러 차 한 잔을 사주며 취재거리를 흘려준다. 붙박이로 경찰서에 있지 못하는 그를 위해 타사 기자들도 도움을 주곤 한다. “(경찰서엔) 후배기자들 뿐이라, 밥값이 많이 들어요.” 그의 푸념 아닌 푸념이다.

경찰기자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중계차’ 보도. 태풍보도 때가 가장 힘들다. 같은 MBC 내에서도 부산이나 울산 등 광역지역은 24시간 3교대 근무로 중계차 보도를 이어갔지만, 이 기자는 혼자 그 일을 해야 했다. 몇 년 전엔 이틀 동안 24시간 중계 보도를 한 때도 있었다. “하루종일 제 얼굴만 나오니까 머쓱하기도 하고, 짬짬이 잠을 잤지만 피곤이 쌓여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죠.”

그는 특이하게도 ‘동물전문기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우연히 동물 관련 보도를 많이 해서이다. 멧돼지 시리즈와 뱀 불법포획 등을 보도하며 위험천만한 현장을 누볐다. 특히 시민들이 맨손으로 잡은 식인상어는 그의 단독보도로, 전국에 전파를 탔다. “야구와 미술 등을 좋아하는데, 나중엔 ‘스포츠전문’, ‘미술전문’ 기자로도 불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기자는 스포츠뿐 아니라 미술과 음악에도 조애가 깊은 ‘만능 엔터테이너’다. 야구부 활동을 하며 자신의 대학야구부를 승리로 이끌었고 군대에선 연극 주연을 맡았다. 중·고교에서는 음악과 미술에서 두각을 보여 미술전공자인 누나를 따라 예고 진학을 꿈꿀 정도였다.

이 기자는 “한 분야만 파고드는 성격이 못돼 이것저것 많이 해봤다”며 “결과론적 이야기인지 몰라도 지금에 와서는 방송기자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시절에는 고무신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벼 ‘괴짜’, ‘기인’으로 불렸다. “틈나면 서울시내 대형시장에 가서 구경하고 상인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게 취미였어요. 더벅머리에 고무신 차림으로요. 자유분방한 사고도 기자인생에 도움을 준 거 같아요.” 지금도 그는 동네 상인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그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곤 한다.

만 서른다섯이 된 기자가 막내로 살아가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밖에서는 중견기자이지만, 회사에선 젊은 감각을 요구하며 참신한 아이템 발굴을 기대한다.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 아이디어를 구하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새해엔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취재나, 탐사보도를 실행에 옮겨볼 생각이다.

“수도권에서는 거대담론만 이야기하잖아요. 지역이슈는 가십이나 흥미 위주로만 채택하곤 합니다. 그렇더라도 지역민이 진정 원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긁어줄 수 있는 보도를 묵묵히 해가고 싶습니다.”

포항MBC는 재작년 명예퇴직을 진행하면서 30%의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MBC 광역화가 진행되면 위기에 처한 곳 중 하나가 포항MBC이기도 하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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