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개국 '채널 확보·콘텐츠 수급' 좌우

종편·보도채널 선정 그 후 (1)연내 방송 가능할까



   
 
  ▲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에 선정된 사업자들이 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3월31일까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해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허가 승인장을 받는다. 사진은 MBN 주조정실. (김창남 기자)  
 
케이블TV 등 플랫폼 확보 난망…“졸속 프로그램 땐 이미지만 훼손”


올해 미디어업계 최대 관심사는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출현이다. 새 방송 채널을 둘러싼 논란 속에 사업자들이 본격 행보를 시작했지만 우려가 적잖다. 본보는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자들 앞에 닥친 현안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해 12월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를 선정한 직후 조선일보 방송진출기획단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일제히 전화를 돌렸다. 조선 종편 컨소시엄의 사업자 선정에 도움을 준 데 고마움을 전하며 자본금 납입 등에 협조를 구했다. 조선은 이달 중 투자자 초청 설명회를 갖고 조선 종편 법인 ‘CSTV’ 설립계획과 운영방향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자본금 모으기 ‘동분서주’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동아, 매경, 조선, 중앙 컨소시엄은 법인 설립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자들은 오는 3월31일까지 법인 설립을 마친 뒤 방통위에 법인 등기부등본을 제출해야 승인장을 교부받을 수 있다. 관건은 주금 납입이다. 자본금은 중앙이 4천2백20억원, 동아 4천76억원, 매경 3천9백50억원, 조선 3천1백억원이다. 법인 설립을 위해선 이 액수의 현금을 3월 말까지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각 사업자들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본금 모으기를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편채널 사업자 한 관계자는 “시장규모에 비해 사업자가 4개나 선정돼 투자자들의 동요가 있다. 자본금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1회에 한해 기한 연장이 가능하지만 4개 회사 모두 3월 안에 법인을 설립할 것이다. 3월을 넘기면 방송도 하기 전에 도태될 사업자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편 선정사들은 사업계획서 마감 직전인 지난해 11~12월로 시계가 돌아갔다”며 “수천억원짜리 회사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각 부서에서 차출된 태스크포스가 다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종편 사업자들은 법인 설립을 마치는 대로 인력 채용, 방송국 설비 등을 갖추고 시험방송을 실시한 뒤 개국한다. 중앙일보는 9월 중 개국이 목표다. 12월1일 개국을 검토했던 동아일보는 시기를 못 박지 않고 하반기에 개국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도 올해 안에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매경은 내년 1월1일 개국이 유력시된다. 매경은 종편이 개국하면 보도전문채널인 MBN을 반납하고 그 채널을 비보도채널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채널인 연합뉴스TV는 오는 8월 시험방송을 하고 10월쯤 본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방송 인프라 구축만 8개월”

사업자들의 개국 청사진과 달리 연내 개국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방송 장비와 인력 등 방송국 인프라, 유료 방송 플랫폼(케이블망, 위성방송) 확보, 콘텐츠 경쟁력 등 기본 조건을 충족해야 개국이 가능한데 종편 사업자들의 경우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MBN이 지난해 방송장비를 HD로 바꾸는 데 8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설발주, 공사, 세팅, 테스트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일정이 여유롭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방송 채널 확보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종편이 시청자들과 만나려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을 통해야 한다. SO(방송사업자)나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과 1년 단위로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맺는데 통상적으로 1분기에 최종 계약이 체결된다. 채널 배정이 끝난 만큼 하반기 개국하는 종편이 비집고 들어갈 채널이 없는 셈이다. MSO 한 관계자는 “PP들과 연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 뒤 중간에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채널을 꽂은 전례가 없다”며 “다만 기존 PP가 있는 신문사라면 편성분야 변경을 통해 방송은 내보낼 수 있다. 이 경우 전국에 단일 번호로 종편이 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24시간 종일 방송하는 종편은 프로그램 확보가 중요하다. 개국 초기부터 해외 프로그램을 내보내거나 재방송만 계속 돌릴 수는 없다. 종편 사업자들도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될 수 있는 ‘킬러 프로그램’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이 개국한다면 지상파 수준의 방송은 내보내야 한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무리하게 개국할 경우 졸속 프로그램으로 브랜드 이미지만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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