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MBC 소송사건은 한국판 '뉴욕타임즈' 판례가 될 것인가
검사들의 MBC 소송사건은 한국판 '뉴욕타임즈' 판례가 될 것인가. 대전법조 비리보도와 관련 현직검사 22명이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법원이 법조비리와 전관예우 입증책임을 원고인 검사측에 물을지 피고인 MBC에 물을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21일 오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재판부(재판장 변종춘 부장판사)는 소장에서 잘못 인용한 보도내용을 수정하고 보도의 어떤 부분이 불법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원고측 안상운 변호사는 "인터넷방송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다보니 실제 보도와 약간 다른 부분인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8일 열린다.
MBC측 김형태 변호사는 "입증책임이 피고인 MBC에 있는가 원고인 검사측에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법조 비리의 수사책임이 검찰에 있는데 그것을 방송한 쪽에 증명하라는 것은 거꾸로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권도 없는 언론이 법조 비리 여부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하며
"공공의, 국가적 관심사에 관한 보도를 전부 책임지라고 한다면 언론의 감시기능은 치명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밖에 ▷MBC 보도내용 상 전현직 대전지검 검사 외에는 피해당사자인 원고가 될 수 없고 ▷검사가 결혼상대로 인기가 떨어졌다는 보도는 보도와 명예훼손의 인과관계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직검사들의 MBC 집단소송건은 "보도피해자인 원고가 공무원일 때는 보도에 현실적 악의가 있음을 직접 입증하라"는 판결로 유명한 뉴욕타임즈 사건에 비견된다. 64년 미국 몽고메리시 경찰국장 설리반은 뉴욕타임즈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흑인들의 시위에서 경찰이 가혹한 진압방법을 사용했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게재한 데 대해 허위부분이 있다며 신문사와 광고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때 연방대법원은 고의 또는 허위에 의한 경시, 즉 현실적 악의를 원고인 경찰국장이 확실히 입증하는 경우에만 명예훼손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즉 원고가 허위를 입증하지 못하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이 판결은 언론 자유의 보호측면에서 최소한 허위 보도만 저지돼야 한다는 뜻도있지만,한편으론 법원이 원고가 주장하는 명예훼손의 진실을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고려됐다.
뉴욕타임즈 사건은 언론의 자유가 급신장하는 시기에 언론에 공인비판의 폭을 크게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판례로 꼽힌다. MBC 소송사건에서 입증책임의 소재 여부는 단지 소송의 승패뿐 아니라 우리 언론의 자유도를 가를 척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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