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 '코스피2000' 장밋빛 전망 지나치다

전문가들 "증권사 종속된 보도 위험"


   
 
  ▲ 경제지들이 코스피 2천 돌파 등을 다룬 기사.  
 

코스피가 2천을 돌파하면서 경제지들의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다. 내년 상반기 2천4백선에 도달할 것이며 2~3년 이내 3천선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경제지들의 보도가 금융투자회사 전문가들의 예상만을 주축으로 다루면서 과하게 부풀린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서울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 등 경제지들은 코스피가 2천을 돌파한 이튿날인 15일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면 머리기사는 물론 3면과 증권면 2~3개면 전면을 털어 코스피의 2천 돌파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경제지들은 이번 코스피 2천 돌파는 리먼브라더스와 유럽재정위기, 북한리스크 등 잇따른 악재를 이겨내면서 “우리 경제가 에너지를 비축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07년 버블 때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낸 국내 간판기업들의 두드러진 실적 개선이 주가 반등을 이끌었고,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 자체가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국인이 장세를 주도했다는 점도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또한 국고채가 저금리를 이어가고 있어 수급여건이 과거에 비해 낫다는 평가도 제기했다. 펀드유입 상황을 비교해도 과거보다 환매압박이 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IT와 자동차가 투자를 이끌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코스닥 시장도 ‘키 맞추기’를 하며 내년 증시 전망을 밝게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투자전문상담사(애널리스트)들만의 의견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전적으로 신뢰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본보가 매경 등 4대 경제지를 분석한 결과, 신문들은 모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증권사 연구원 및 증권사 영업팀장 등 증권계 전문가만을 주요 전문가로 인용했다.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할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을 다룬 것이다.

언론진흥재단 김성해 박사는 “경제지들은 대체로 금융 기사를 쓰면서 투신사들의 일 방향 주장만 다루는 편”이라며 “제대로 된 금융 분석을 위해서도 그렇고, 저널리즘 측면에서도 여러 입장을 고루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계(교수)와 경제연구소, 민간회사(증권사), 국제경제전문가, 정부 정책관계자들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김상조 소장은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의 대주주는 증권사다. 이들의 주 수입원이 수수료이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 이익보다 거래 수수료를 취하는 증권사 이익에 종속돼 의도적으로 시장상황을 우호적으로 보는 보고서를 남발한다”며 “언론들이 애널 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증권사의 이해관계를 동조`반영하는 것”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지들이 주말·월요일 섹션면(증권)을 통해 ‘주요 산업별 주도주’와 ‘증권사 투자 유망주’ 등을 아예 찍어주며 노골적으로 투자를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지들의 분석이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19일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이 실시되자, 2천 고지는 금세 무너졌다. 다시 회복되긴 했지만,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를 축소 평가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다.


매일경제도 20일 ‘“연평도는 핑계...그동안 급하게 올랐다”’ 기사에서 “북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 쉽게 코스피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확전가능성 등은 장기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경제 흐름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는 원 달러 환율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1천1백~1천2백원에 거래되고 있는 환율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이 추가로 실시될 경우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산은경제연구소는 18일 l천원이 무너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큰 폭의 환율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여경훈 상임연구원은 “환율 가치가 1천1백원으로 떨어지면 중소기업이, 1천원 이하로 떨어지면 대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액으로 얻을 게 없어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환율 하락은 한국은행이 보유한 2천9백33억여달러(지난달 기준)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의 하락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등 외부 경제에 쉽게 영향을 받는 한국경제의 취약성과 높은 무역의존도, 내수시장 침체, 부동산 거품 등을 거론하며 내년과 향후 2~3년 증시를 쉽게 낙관하는 건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세계 경제가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않았으나 금융 확장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시) 거품을 떠받쳐주며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거품이 꺼지면 이번에는 기관보다 개인투자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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