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드의 운명처럼 작품속 이야기 담아냅니다"
동아일보 권재현 공연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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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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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 요소와 접목 해석한 리뷰기사로 ‘눈길’휴대폰 벨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벨소리에 아랑곳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조개가 자신의 살을 파고드는 모래를 껴안고 몸부림치다가 마지막에 진주를 만들어내죠. 연극은 그런 것이에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고통 끝에 토해낸 핏빛 진주를 보면서 관객들은 ‘그래, 그럴 수도 있어’하며 감동을 받죠.”
극장에서 관람한 공연 편수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던 그는 2년 전 공연 담당 기자로 발령 받고서 뻔질나게 극장을 드나들었다. 공연이 없는 월요일을 빼고는 거의 매일, 토·일요일엔 2편씩 몰아서 보기도 했다. 연극, 무용, 뮤지컬 등을 합해 지난해 2백50편, 올해 2백70편을 봤다. 동아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권재현 기자의 얘기다.
“일이니까 보죠. 눈으로 본 다음에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숨은 작품을 발굴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죠. 고기 맛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많이 보고 많이 쓰니까 공연 예술의 독특한 맛을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권 기자의 리뷰 기사는 줄거리를 요약해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철학이나 정신분석학, 인류학, 사회학적인 요소와 접목해 해석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동명영화를 연극무대로 옮긴 ‘가을소나타’를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으로 통찰해 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동아일보와 동아닷컴, 네이버 등에 리뷰 기사를 쓰고 있다. 매주 화요일 동아일보 문화면에 실리는 ‘권재현 기자의 望演自失(망연자실)’ 코너는 1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다양한 공연에 대한 심층분석을 한다. 동아닷컴에서 하는 대중문화 전문웹진 ‘O2’에 격주로 리뷰 기사를 싣고 있다. 12월부터 네이버 전문기자 블로그에 ‘플레이 플레이 씨어터’가 연재 중이다.
“제가 생각하는 문화 기사요?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작품을 발견해 그 가치를 찾아내 왜 가치가 있는지를 전달하는 기사예요. 유명스타를 타 언론사보다 먼저 인터뷰하거나 외국언론이 주목한 작품을 뒤늦게 조명하는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중추수주의나 문화사대주의에 불과하죠.”
권 기자는 문화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5년에 입사한 그는 15년 넘는 기자생활 가운데 10년여를 문화부에서 일했다. 방송에서 시작해 영화를 거쳐 학술, 문화재를 넘어 이제 공연에 도착했다. 그가 썼던 기사 모두 ‘이야기’가 원천이었다.
이야기와의 질긴 인연이 체화된 것일까. ‘세헤라자드 신드롬’에 걸렸다고 그는 말했다. 천일야화의 여주인공 세헤라자드처럼 계속 이야기를 들려줘야할 운명이라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 책에도 이야기가 있듯이 공연에도 이야기가 있어요. 공연에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곱씹고 곱씹어서 그 진가를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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