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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편 신청 신문들이 자사 홍보 기사를 게재, 아전인수 격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매경과 한경의 지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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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신청이 지난 1일 마무리된 가운데 신문사들의 ‘아전인수’격 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자사 홍보 기사를 주요 면에 배치하거나 종편사업자 선정이 되어야 하는 당위를 내세운 사설이 등장했다. 연평도 포격, 위키리크스 폭로, 한미 FTA 재협상 등 중요 사안이 발생한 주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중요한 문제들을 축소 보도한 것은 다소 과했다는 지적이다.
종편 신청을 한 신문사는 모두 5군데. 중앙미디어그룹의 ‘jTBC’, 동아일보사의 ‘채널A’, 매경미디어그룹의 ‘MBS’, 조선일보사의 ‘CSTV’, 한경미디어그룹의 ‘HUB’이다. 이들 언론사는 사업자 신청이 이뤄진 1일부터 종이신문 지면을 통해 자사 홍보에 열을 올렸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자신들이 종편사업자로 선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1일 1면과 8면 전면에 걸쳐 ‘TBC는 영원하리’ 행사 기사를 다뤘다. 중앙은 매년 TBC 방송이 중단된 11월30일을 기념해 행사를 연다. 중앙은 기사에서 “강제 종방이 된 TBC(동양방송)는 종편 jTBC로 부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은 같은 날 ‘빼앗긴 30년…“TBC는 영원하리”’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서 “신군부의 통폐합 결과 한국방송은 글로벌 경쟁체제에 걸맞지 않은 기형적이고 왜곡된 구조로 고착화됐다”며 “TBC의 부활이 한국 방송 정상화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동아는 신청 마감 전날인 지난달 30일 27,30면에서 “종편을 통해 동아방송(DBS) 부활의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는 내용을 썼다. 2일에는 10면 ‘우리는 이런 방송을 기다립니다’라는 특집 기사에서 명사 주주(개인주주로 참여한 각계 인사)들의 지지 코멘트를 전면에 털어 게재했다. 3일(8면)과 4일(10면), 7일(8면)에도 연거푸 특집 기사 ‘동아일보는 이런 방송을 하겠습니다’를 다루며 종편 사업자로서의 적합성을 홍보했다. BBC와 ITV와의 양해각서 체결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신청 마감일인 1일자 종이신문 1면과 12면 전면에서 종편사업자 신청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성공가능성·재무건전성 등 자사에 유리한 내용을 부각했다. 조선은 기사에서 해외 25개국 54개 미디어와 제휴를 맺고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가 참여하는 등 탄탄한 준비를 해왔다고 자부했다. 또한 “제주일보 등 4개 지역신문사는 조선 종편 지분투자까지 했다”며 “지역신문사 투자 유치는 조선 종편이 가장 많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도된 ‘조선-유네스코 자료 복원’ 참여 내용은 종편 사업자 신청과는 큰 관련성이 없었으나 같은 지면에 배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강조했다.
매일경제는 ‘종편시대열린다’ 기획기사를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4차례에 걸쳐 게재했다. 이는 각각 <1>방송 지각변동, <2>미디어 기업가정신 가져야, <3>공정심사가 성패 가른다, <4>글로벌 미디어를 향해 등이다. 기획과 관련 기사는 모두 13꼭지로 동일 기간 내 가장 많았다. 매경은 2일 8,9면을 털어 기획 마지막 편을 다루며 매경 종편만의 5가지 장점으로 △MBN의 17년 노하우 △세계지식포럼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내세웠다. 여기에 ‘‘준비된 매경’ 첫 번째로 계획서 제출’ 기사와 ‘매일경제가 해내겠습니다’ 현수막이 걸린 종편 출정식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국경제도 2일 1면 ‘한경, 종편TV 사업계획서 제출’과 3,4,5면에 걸쳐 종편 진출 기사를 다뤘다. 한국경제는 4면 하단 기사 ‘“방송사유화 방지가 균형된 시각과 프로그램 공익성 보장한다”’ 기사를 통해 지배구조의 문제를 짚었다. 한경은 같은 날 사설에서도 “특정 주주가 지배권을 행사하는 곳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사업자가 중립성과 공정성·객관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ABC부수공개 보도 등 일반적으로 신문사들은 매체 성격과 무관하게 자사 이해관계에 얽혀 보도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객관성을 잃고 자사에 유리한 점만 부각하는 것은 지면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향후 종편사업권을 따내 신문들이 본격적으로 방송에 진출한 뒤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연세대 강상현 교수는 “신문들은 대체로 불이익은 축소하거나 외면하면서 자사에 이익이 되는 것은 확대·과장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며 “신문에 대해 이익집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더 이상 저널리즘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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